제20화 - 잊을 수 없는 냄새
연구실은 언제나 독특한 냄새들로 가득했다.
어떤 냄새들은 그리웠고, 어떤 냄새들은... 절대 다시 맡고 싶지 않다.
아침 연구실은 원두커피 향으로 가득 찼다.
1년 차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커피 끓이기였으니까.
갓 내린 커피의 깊은 향은 밤새 쌓인 졸음을 깨우고,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신호 같았다. 지금도 그 향이 가끔은 그립다.
그러나 연구실에는 커피 향만 떠도는 게 아니었다.
그중 가장 강렬한 냄새의 주인공은 바로 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은 위장이 좋지 않으셔서 자주 트림을 하셨는데, 문제는 그 냄새였다.
교수님의 트림에서 나오는 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연구실 회의에서 교수님 옆자리는 항상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물론, 불행히도 그 자리의 영광(?)은 언제나 동현 선배의 차지였다.
나머지는 2년 차부터 1년 차 순으로 앉아야 했으므로, 후배들은 그저 운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의 트림 냄새가 얼마나 강렬했냐면,
어느 날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뜨끈한 냉동만두에서 그 향과 흡사한 냄새가 나서
한동안 만두를 먹지 못했다는 전설도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교수님은 방귀도 자주 끼셨다. 그리고 그 냄새도... 정말 독보적이었다.
연구실 사람들은 차마 대놓고 말은 못 했지만,
서로 눈빛만으로도 "살려줘..."라고 외치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 방의 냄새는 그나마 애교였다.
진짜 문제는 중고의 발 냄새였다.
중고는 늘 여름용 슬리퍼를 신고 다녔는데,
그 슬리퍼에서 뿜어져 나오는 요상한 향기(?)가 연구실을 초토화시킬 정도였다.
다들 참다 못해 결국 "제발 씻어라!"라고 간청했고,
중고는 마지못해 슬리퍼를 씻은 후 309호에서 말리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슬리퍼를 '대충' 씻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말려지면서... 그 냄새는 새로운 차원의 괴물이 되어버렸다.
당일 아무도 평소에 309호에 갈 일이 없어 한동안 방치됐는데,
어느 날 재은이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연구실 사람들이 가봤더니...
재언이는 그 냄새를 맡고 쓰러져 있었다.
그날 연구실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모두 집으로 도망쳤다.
방향제를 뿌리고, 창문을 활짝 열고, 별짓을 다 해봤지만...
그 냄새는 몇 날 며칠을 연구실에 붙어 있었다.
결국 중고의 슬리퍼는 연구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폐기된 물건으로 기록되었다.
그렇게 연구실의 공기 질은 다시 회복되었지만,
잊을 수 없는 냄새들은 모두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졌다.
커피 향이든, 교수님의 트림 냄새든, 중호의 슬리퍼 냄새든...
연구실을 떠나도 평생 잊지 못할, 아주 강렬한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