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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 소파를 사수하라

by 강무결

제21화 - 소파를 사수하라


연구실 최고의 숙면 스팟

연구실에서 가장 편안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곳은 단연 309호였다.

그러나 309호에서 잘 수 없다면? 차선책은 소파였다.

그리고 그다음은 의자를 붙여서 눕는 것,

더 힘들면 화이트 테이블 위에서 몸을 웅크리는 것,

궁극적으로는 의자 두 개를 붙여서 활용하는 고급 테크닉까지 있었다.

심지어 내공이 깊은 자들은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정말 잠자리가 없으면, 교수님 방의 카우치에서 잠을 자기도 하였다.

이렇게 연구실의 잠자리 문화는 그야말로 다양했다.


소파 전쟁

하지만 연구실의 차선의 숙면 스팟,

즉 소파를 차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옥민현 박사가 연구실에 출근하는 동안은 더욱더 힘들었다.

왜냐면, 옥민현 박사는 독보적인 "소파 점령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옥민현 박사의 소파 점령법

그 방법은 간단했다.

양말을 벗어서 소파 위에 던져놓는 것.

이 무시무시한 방식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연구실 구성원들은 그 양말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누구도 감히 그 근처에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면, 중고는 맨발에 슬리퍼로 냄새를 창조를 했고,

옥민현 박사는 오래 신은 양말로 최고의 오염도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소파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깔끔한 재언이는 심지어 소파에 앉을 때도 옥 교수님의 누운 방향을 고려해야 했다.

머리와 다리의 위치를 바꿔가며 눈치를 보며 앉았지만, 늘 불만이 많았다.

가끔씩 소독 솜이나 물티슈로 소파를 자주 닦는 것도 보았다.


양말에 대한 저항 세력 중에서는 건환이가 나름 무난한 편이었고,

중고는 특유의 강한 생존력으로 인해 그 양말에 대한 내성이 매우 강했다.

그는 양말이 소파를 점령해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냥 치워버리고 태연하게 소파를 차지했다.

연구실에서는 그를 "강철 멘탈"이라 불렀다.

옥민현 박사의 양말 따위는 그의 숙면을 방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옥민현 박사의 "양말 던지기" 전략은 몹시 강력했다.

한 번 양말이 투척된 소파는 대부분의 연구원들에게는 접근하기 싫은 철옹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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