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 나 스물여섯, 신입 교육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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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스물여섯, 신입 사원 교육

1986년 12월,

그러니까 졸업을 두 달 앞둔 시점.

동기 11명과 함께 4주간의 신입 사원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는 우선,

교육 기간 내내 심부름꾼으로 사용할,

“학생장”을 뽑았는데,

다른 동기가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저요!”하고 나서버렸다.

모두의 고민을 바로 ‘내가!’해결해 준다는 생각으로.


후일담이지만 다들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라고 했다고 한다.

어차피 나서지도 않을 거면서 말이다.

웃기는 짬뽕들이야.


교육은 마케팅부가 주관하고

개발부에서 주로 학술 교육을 담당했다.

상대, 공대, 문과대 등등 다른 동기들의 전공은 제각각이었다.

나는 약학의 아버지(?) 학문인 화학을 전공한 덕분에

다른 동기들보다 교육에 적응하기가 수월했다.


당장 거처가 없는 촌놈인 관계로

구로동 먼 친척집에 짐을 푼 나는

교육받으러 다니고 공부하는 일 이외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불러낼 친구도 없었으니 심심해서라도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큰 어려움 없이 동기들 중 종합성적 1등을 차지했다.

다른 동기들이 그 만큼 공부를 안 한 것이지,

내가 유달리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 생활이 더 나아졌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지만

“나”라는 사람을 회사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는 있었다고 본다.


게다가 학생장을 맡아 회사 내를 헤집고 다닌 덕분에

부서 배치를 받기도 전에 본사 사람들

모두가 나를 알아보게 되었다.


“각인효과”


또한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았던 당시,

마케팅부, 관리부, 경리부, 영업본부 등은

여학교 교실같은 분위기에 젊은 여직원이 많았고

그 관심은 온 동네를 헤매는

‘이상한’ 내게 집중되었다.

당연히 기분 좋은 관심이었다.


‘이상한 애 하나 들어왔다.’


전역한지 갓 1년, 스물여섯 당시의 나는,

밝고 저돌적이고,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사람이었다.

세상은 그런 청년을 산다. 같은 값이라면.


교육 4주는 대성공이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멋진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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