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가슴 펴게 하는 유격대 훈련.
모든 병사를 공포에 떨게 하는 지옥의 일주일.
난 비교적 유격 福이 있었다.
83, 84, 85년 세 해 보내면서
남들은 두 번 정도 유격 훈련을 받는데
84년 딱 한 번 받았을 뿐이니까 말이다.
83년은 유격장 문이 닫히고 나서
겨울철에 부대에 전입했기 때문이고,
85년엔 제대할 때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 부대는 특수 임무 부대로 1개 소대씩 나눠 입소하는 관계로
운이 좋으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운이 나쁘면 세 번도 갈 수 있는 방식이다.
그랬다.
딱 한 번의 경험이라서,
오히려 한 번뿐이었기에,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나의 유격은 84년 가을, 1주일 동안이었다.
군대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겪은 일이니까 다른 건 생략하고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일 하나를 소개하려고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입대 14개월 차,
당시 내 계급은 일병에 불과해 한마디로 시키면 다하는 쫄병이었다.
아무튼, 그런 상태로 고참들과 섞여 유격대에 입소를 했다.
역시 훈련은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입소하자마자 함께 입소한 타 부대 동기들이
대형 사고를 쳐서,
유격대 조교들이 옆 부대 부대장에게 구타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이를 악문 조교들로 인해,
훈련과 얼차려는
인간의 능력의 한계를 넘나들었다.
지옥 같은 날이 계속되던 3일 차쯤 이었나.
당시 산중 유격장 시설은 무척이나 낙후되어
변변한 식당조차 없어서 야전 식사를 해야 했으며
배식량도 엄청 적었고 인원도 너무 많은 상황이었다.
괜히 어영부영하다간 밥도 못 얻어먹을 판이었다.
뛰고 구르다가 온 우리 올빼미들은
느낌으로 이런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다.
당연히 예민하고 삼엄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뒤늦게 줄 서면 밥이 떨어져 굶을 수도 있겠다.’
짧은 순간,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고고하던 우리 부대 본부 고참들이 새치기를 하고,
배식 요원들과 언쟁까지 벌이는 게 아닌가.
밥 한 끼를 위해, 오직 먹고 살려고.
본능만 남은 본부 행정반 병장들이 쫄병들 보는 앞에서
치사하게도.
‘아...’
그렇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 별것도 아닌 일을
제대하고 40년을 더 살아가면서 숱하게 목격하게 된다.
결국, 인간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멀쩡하던 사람이 가파른 상황에 놓이면
인간의 가치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버려버리고
야수같이 변하더라는 것.
그렇게 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인간과 짐승은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인간이,
먹이 사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할 자격이 과연 있는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가.
변명과 핑계, 자기 합리화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것은 아닌가.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람이기를 포기하면 안 되는데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세상에는
껍데기만 사람인 존재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