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출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첫 발령지 마케팅부에서는 두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영업부로 다시 발령이 났으니까.
겨우 적응을 하나보다 했더니 다시 또 발령이 나버렸다.
입사 동기 한 녀석이 갑자기 간염에 걸려
그만두는 바람에 만만한 내가 그 자리에 투입된 것이다.
다시 적응 시작.
신입은 많이 배워야 하는데
그런 과정 따위는 주저 없이 생략되고
바로 인수인계가 시작되었다.
세상은 내가 상상해 온 것보다
냉정하고 쌀쌀맞고, 뭐 그랬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전임자 없이 진행되는 인수인계라는 것이었다.
인수인계라기보다는 그냥 떠안기기.
내게 주어진 것은 달랑 약도 한 장.
잔액 확인받고 거래처 인사하고 하는 것들을
모두 홀로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생활이 처음이라 길도 모르는 판에
혼자 인수인계하라니.
게다가
제약 회사 약도라는 것이
지하철 노선도에다가 의료기관 위치만 적혀 있었다.
의원, 약국, 무슨 역, 약국, 의원…….
무작정 찾아 헤매면서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서대문, 은평, 마포, 용산.
넓기도 하다.
아무튼,
스물일곱 패기만 믿고 정신없이 헤매고 다녔다.
온종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잠을 자면
온통 간판이 나오는 꿈만 꾸었다.
내내 간판만 쳐다보면서 다녔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거래 잔액 부인 처는 왜 그리도 많은지,
당황스러운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니
신입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건 당연한 일.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욕먹고 쫓겨나고.
어떤 거래처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쌍욕부터 퍼붓는 곳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다녔다.
다 내 복이려니 하면서.
전임자인들 무슨 죄가 있겠나.
딱 두 달밖에 근무하지 않았고
또 아프다는데.
거래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은
정말로 한 군데도 없었다.
막막한 상황이었다.
당시 내가 받은 거래처들은
말 그대로 쓰레기 더미에 불과했다.
쓸모없이 이름만 거래처들.
거래 지속은 고사하고
거래처로 인정도 해 주기 싫어했다.
어쩔 수 없이,
쓰레기들을 다 치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전임자 동기도 어쩌면
뜨악하고 도망친 것일지도 모른다.
칭병하고 말이다.
나의 첫 사회생활은 더 나쁠 것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어쩌겠는가. 고난도 내 것인 것을.
부딪자, 부딪히자. 부딪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