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봄, 팀 지구 작전(1)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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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물려받은 거래처는 없었으나 일을 하다 보니,

열심히 신규를 하며 매출을 키우기만 하면

결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영업은 농사와 같다.

봄 밭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땀 흘려 가꾸면

틀림없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다.


이 말은 평범하지만 이후 40년 내내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게으르면 죽는다.

영업에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

씨 뿌리기를 게을리하거나,

뿌려만 놓고 가꾸지 않으면 결코 수확은 없다.


야구로 치면 신규개척은 홈런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씨를 뿌리고 다녔다.

그렇게 마음에 최면을 걸고

남보다 더 열심히 현장에 매달리기 한 달,

예상치 못한 커다란 난관이 닥쳐왔다.


소속한 영업소가 회사에 팀 작전을 제안한 것이다.

팀의 능력치를 기준으로 30% 이상 더 높은 목표를 제시했고,

그걸 달성하면 전원이 설악산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휴가에 팀 성과급까지 걸린 작전이었다.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손해 볼 것 없으니까.


당시 회사 분위기는 이랬다.

‘저것들이 뭘 하겠나. 어디 한번 해 봐.’

그저 구경이나 해보자는 식이었다.

팀원들도,

‘소장님이 낮술에 취해서 헛소리를 해버렸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어쨌든 난 큰일이었다. 막막했다.

이제 막 씨를 뿌리고 다니는 형편에 이 무슨 날벼락인가.

팀원 각자의 성과가 모여 전체의 성과가 되는 건데

분명 민폐 사원이 되고 말 것이 분명했다.


물론 능력의 30% 업그레이드는 누구에게나 부담이어서

선배들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자, 하지 말자, 갑론을박 회의가 이어졌다.

막내에게는 발언권이 없었다.


논란은 있었지만 소장님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국,



하. 게. 되. 었. 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민폐를 매우 싫어한다.

도움은 못 되더라도 폐는 끼치지 말아야 할 텐데 큰일 났다.

어떻게든 할당량을 채워야 되는데.


거래장을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왔다.

이제 들판에는 파릇파릇 싹이 돋는데

당장 보리쌀 서 말을 어디서 구하란 말인가.


무슨 수로?


“막내한테 큰 거 바라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하기나 해!”


걱정과 근심으로

소장님 말씀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한편으론,

속으로 ‘안 되면 말지 뭐.’ 하는 선배들과 달리,

막내 졸병이지만 무척 해 보고 싶기도 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회사를 상대로 제안하는 첫 작전인데

달성하지 못하면 실없는 사람들이 될 것이고

우릴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본때도 보여주고 싶고

또 회사 내에서 인정받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고,

가장 중요한 건,

퍽퍽한 객지 생활, 설악산도 궁금했다.


‘그래! 가진 거래처도 없고, 경험도 없는 내가 어쩌겠나.

걱정하느니 나가서 부딪혀 보자! 내게는 의지와 젊음 뿐이다.’


이리 생각하며 일단, 무조건 거리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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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으로 이어집니다.

멋진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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