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청춘은 아름다워
1987년,
신촌에서 일을 시작한 날은 항상 수색에서 일을 마쳤다.
그 쪽엔 지하철이 없어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신촌, 연희동, 모래내를 거쳐 수색에 도착하면 거의 늦은 오후가 된다.
스물일곱, 아무리 젊다고 하지만 수색에 닿을 쯤은 몸이 지쳐 있었다.
그때 수색은 서울의 서쪽 끝이었다.
삼표 연탄 야적장이 있어서 그런지 약간 시커먼 느낌이 드는,
서민들이 사는 동네였다.
수색 성모는 수색에서도 거의 맨 끝에 있었다.
환자가 엄청나게 많은 소아과 중심의 의원으로
30평 남짓한 대기실엔 언제나 스무 명 넘는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북적거렸다.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의약품 소비가 많아 거래하고 싶은 욕심은 굴뚝같았지만
원장님을 만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만나기는커녕 눈 마주치기도 어려웠다.
아이 우는 소리, 뛰는 소리, 늘 북적이는 틈바구니에서
누가 다녀갔는지조차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지경이었다.
몇 번 방문으로는 쉽게 거래를 틀 수 없음을 금방 알게 되었다.
그래도 매일 갔다.
거래도 거래지만, 솔직히 좀 쉬어야 했다.
의원 문을 들어서면 우선 자리를 잡았다.
늘 열려있는 진료실 맞은편에 앉아
원장님의 시선을 받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5분도 지나지 않아 잠들어 버렸다.
한 30분쯤 졸다가 살그머니 후퇴했다.
그렇게 몇 달을 그렇게 다녔다.
분명 50번은 넘게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점차 기대마저 사라져 갈 무렵,
기적이 일어났다.
“△△제약 아저씨, 원장님께서 들어오시래요.”
“어?”
여전히 북새통인데 어떻게 된 일일까?
진료실로 거의 날아 들어갔다.
원장님은 너무 바쁘신 나머지 고개도 들지 못하신 채 말씀하셨다,
“제품 리스트, 줘 보세요.”
“이것, 이것, 이것 이만큼 보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돌아 나오는 내 뒤통수에 원장님 말씀이 날아들었다.
“그렇게만 하면 성공할거야!”
짜르르.......
온몸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살짝 현기증을 느꼈다.
빨리 회사로 돌아오고 싶었다.
회사 사람 아무나 붙잡고, 자랑하고 싶어서.
버스를 타기 위해 무단횡단을 했다.
그날,
교통사고 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