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행, 프로 가는 길
알아야 면장을 하지!
소장님은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 해주고 현장으로 보낸 것이 몹시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출장길에 따라나섰다.
의식하지 말고 늘 하던 대로 다니란다.
약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현장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본부장이 삼고초려 끝에 경쟁사에서 스카우트해온 분이라니 분명 배울 점도 많을 터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많이 배웠다.
소장님의 시범은,
거래처의 어프로치부터 물러나올 때까지 물 흐르듯 이어졌다.
고객의 기색을 살피며 밀고 당기는 기술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언제나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서울대 나온 수의사답게 제품 지식의 깊이도 남달랐다.
그러나 결코 고객을 앞서가지 않았다.
“고객은 의사다. 절대로 아는 척하지 마라.
배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고객은 높은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다.
자존심 강한 분들이니 가르치려고 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제품을 소개하고, 배워라.
일면 모순된 말이지만,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해야 미래가 열린다.”
이게 소장님의 주된 말씀이고, 시범의 내용이었다.
유통성 없고 경험 없는 나 같은 신입에겐
그야말로 금과 같은 교육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때로는 지켜보시고 때로는 시범을 보이며 가르쳐 주셨다.
오며가며,
테스트를 하고 내가 제대로 답을 못하면 장소가 어디든 엄하게 혼을 내셨다.
심지어 버스를 타고 가다가 거래처에 대해 물어보고,
내가 모르면 승객이 보는 앞에서 쥐어박기까지 했다.
“임마, 알아야 면장을 하지!”
“하이고.......”
그러나 자존심이 상하거나 창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워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서 기분이 좋기만 했다.
역시 스물일곱 청춘답게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소장님이 내 지역을 다녀가신 이후,
나는 어제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좀 더 프로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날 이후, 나는 돌파구를 찾았다.
청춘의 한가운데, 1987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