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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기억, 가나 초콜릿

by 신화창조
이등병.jpg

살면서 누구나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욕구불만이 해소되지 않을 때,

단 음식이 당긴다.


이등병 시절,

부대 내 초콜릿의 씨를 말릴 듯

돈만 생기면 PX를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스물셋 청춘을 병영이라는 좁은 공간에 가두어 두었으니,

제대는 3년 후 까마득하고,

외출, 외박도 이등병에게는 허용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사람, 얼마나 많았겠는가.

아무것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

어디 하소연할 때가 있나,

게다가 실무 경험이 짧아 혼나는 게 일상이었으니.

스트레스와 욕구불만은 당연히 쌓였을 것이다.

어디 내색할 곳도 없었고.


가장 편안하고 위로받는 시간이 뭘 먹는 시간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단 것 먹을 때였다.

당시에는 무슨 이유로 그렇게 먹어대는 지, 자신도 몰랐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아~~’ 한 것이다.

윗주머니에 넣어진 손바닥만 한

‘가나 초콜릿’은 어디든, 언제나 나와 함께 다녔다.

‘초콜릿 중독’이라고 놀림도 많이 받았는데 개의치 않았다.


초콜릿뿐만 아니었다.

매월 지급되는 건빵, 고참들이 남긴 아침 빵,

눈에 띄는 모든 음식을 쓸어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양이 차지 않았다.

이런 음식 탐닉 현상은

시간이 지나 작대기 두 개 일병이 되고

외출, 외박, 면회 제한이 풀리고 나서야

겨우 일반인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너무나 초콜릿을 많이 먹은 나머지, 고참이 되었을 때,

충치 때문에 무척 고생을 많이 했다.


초콜릿만 보면 그 시절 생각에 혼자서 싱긋 웃는다.

지금은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지만,

네모난 ‘가나 초콜릿’만은 여전히 맛있게 먹는다.


무척 오래된 이야기다. 42년이나 지났구나.


나는 지금

가나 초콜릿 하나 사러 간다.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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