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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는 아침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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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아지트에 나오면 창문을 열고 환기부터 한다.


늦여름이다. 공기가 뜨겁지 않다. 여름이 간다는 증거다.

곧 가을이 여름의 빈자리를 차지하겠지.


다음엔,

밤새 잘 있었는가, 외롭지는 않았나 모르겠네.

각종 집기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다.

매일 함께 지내다 보면 책상, 컴퓨터 등등과도 정이 든다.

이어서 포트에 물을 끓이고 봉지 커피 하나를 탄다.


코끝으로 전해오는 커피 향이 좋다.


고대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가

현대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코끝을 유혹하는 마성의 향기로 견뎌내었다고 한다.


느긋이 커피 한잔하면서

커피를 처음 발견한 “목동 칼디”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와 같이 커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문외한도

그윽한 커피 향의 정취 정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다른 차의 향이 아무리 좋기로서니 어디 커피 향만 할까.


이교도의 음료라고 커피나무 화형식을 집행하던

교황 클레멘스 8세가 불타는 커피나무 향기에 반해서

그만 합법화시켜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사탄의 음료는 왜 이렇게 맛이 좋은가?

이 차를 이교도 놈들만 마시도록 놔두기엔 너무나도 아깝도다.”


클레멘스 8세가 새삼 정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에 대해서 진짜 잘 몰랐다.

커피라면 맥스웰 커피, 블랙커피, 자판기 커피 뭐 이런 것밖에 몰랐다.

어느 날 느닷없이 젊은이들 사이에 카페 열풍이 불고

나도 자연스럽게 카페 출입을 하게 되고

조금씩 귀동냥으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뭐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또 오랜 외국 생활을 하고 귀국한 고객을 통해

커피를 마시는 각 나라의 습관도 듣게 되고 마셔도 보고

상식을 넓히는 정도가 전부였다.


난 여전히 커피 맛을 잘 모른다.

그저 코끝으로 전해오는 향기만 좋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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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는 편안한 아침이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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