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휴~~ 작가라니

by 신화창조
작문.jpg

글을 쓴다는 것, 에세이를 쓰고, 시를 짓는다는 것,

중학교 이후 50년 동안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었던 일종의 로망 같은 것이었다.


로망,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꿈이라든가 선망의 대상이란 말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니까 학교에 문학 동아리가 있었다.

당시에도 명성이 자자해 감히 가입할 엄두도 못 냈다.

적어도 중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 수상 경력이 있어야 가입시켜 주는 줄 알았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밀고 들어갈걸 그랬지?

안타깝게도 당시 내겐 그런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또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다.


문학 동아리 애들의 문장 실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마득한 곳에서 자리 잡고 있었다.

일찌감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을 하고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고 평론가가 되는 모습을 변방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개중에는 스타 작가가 된 친구도 있었다.

부러웠지만 그저, 저 길은 나와 상관없는 길이다 체념하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글은 아주 특별한 사람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들이 쓰는 글을 읽음으로서 소비하는 족속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살았다.

다만 살면서 문장은 문학과 상관없이, 일과 관련된,

매우 건조한 글이나 쓰면서 가끔 재주를 평가받곤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또 세월이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글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밥은 몇 끼만 안 먹어도 생사를 걱정해야 한다.


글에 대한 본능도 있는가 보다.

글을 쓰지 않는다고 죽기야 하겠냐만,

한 번 바람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쓰고 싶다는 갈망이 마음 깊은 곳에서 살아 나오기 시작했다.

또다시 스쳐 보내기엔 내 남은 인생에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써야겠다. 쓰자.


그렇게 막상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책상에 앉으니

이번에는 쓰는 능력이 문제였다.

내가 가진 글재주는 비즈니스 문서 작성이 전부였다.


논리는 있으나 감정이 없는 글.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마라톤을 하고 싶은데 호흡 능력 등 기초 체력이 안 되어 있는 것과 같았다.

우선 작문 기초 체력을 길러야 했다.

그 때 만난 것이 브런치 스토리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몇 개 써 봤는데, 내가 봐도 웃기는 수준이었다.


아닌가 보다 하고 또 5년쯤 세월을 보냈다.


어찌어찌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아홉 달이 지났다.

매일 쓴다.

한 280편쯤 쌓였는데 내 글이 어떤 수준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구독해 주시는 분, 가끔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고맙다.

이렇게 체력을 길러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나름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겠다 싶다.


내겐 선생님도, 코치도 없다. 오로지 스스로 판단하며 써야 한다.

부끄럽더라도 철면피를 깔아야 한다.

우선 글 쓰는 게 재미가 있고,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허기로 고통 받으니

이제 와서 중단할 수는 없다.


슈퍼스타 동창들의 타이틀인 “作家”는 언감생심이다.


난 아직 선수라기보다, 운동장을 맴도는 러너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루하루 달리는 동안 숨이 트이고,

언젠가 긴 코스를 달려낼 힘도 붙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중요한 건, 지금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가끔, 아주 가끔은 궁금하다.

작문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주 오래된 기억, 가나 초콜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