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30개월, 21개월, 그리고 18개월
1950년대, 즉 6·25 전쟁 때 병사들은 제대 날짜가 없었다.
나라에서 그만 제대해도 좋다는 ‘특별한 명령’이 내려와야만 제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한창 전쟁 중이던 1951년에 입대한 아버지 세대는 기약 없는 군 생활을 이어가다가 전쟁이 끝나고 한참 후에야 제대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무려 7년 가까운 군 생활을 이어가셨다.
그러다 전쟁이 끝나고 입대한 병사부터는 복무 기간이 36개월, 33개월, 30개월로 점차 줄어들면서, 일정한 기간이 정해진 군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19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 사건 이후 복무 기간이 다시 연장되어 1976년까지는 36개월로 늘어나 전후 최장기복무를 해야 했다고 한다.
이어, 1977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가 군대에 가기 시작하면서 자원이 흘러넘치게 되어 33개월, 30개월로 줄어들었다.
나는 1983년, 30개월 복무 시절에 입대했다.
그 뒤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세력들이 표를 의식해 복무 기간을 단축시켰고, 지금은 18개월만 복무하면 제대할 수 있다.
우리 집 아이는 21개월을 복무했다.
그 결과 군 자원은 현역만 25%가 줄어든 45만 명 수준이 되었고, 출생 인구 감소로 앞으로 더 줄어들 것 같다.
이것은 겉으로만 드러난 병력 감소이며, 실제로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방위병 제도, 전투경찰 제도 등 언제든지 현역화할 수 있는 병역제도가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유사시 과거에는 100만 가까이 동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직 45만 명뿐이다.
아무리 군 전력이 현대화되었다 해도, 글쎄... 어디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투력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과거 입대 장정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군사 훈련을 받아와 상당한 수준의 전투력을 갖추고 입대했다.
고등학교 때 매주 두 시간, 대학교 때 네 시간씩 군사 훈련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각종 측정을 현역 수준으로 통과해야 했다.
또한, 대학교 시절에는 강도 높은 병영 훈련과 전방 경계 실습까지 경험했으며, 입대 전부터 실탄 사격을 해 본 경우도 많았다.
즉, 입대하자마자 곧바로 전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상태였다는 뜻이다.
지금 자원과 과거 자원의 질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과연 이 공백을 군 전력의 현대화로 메울 수 있을까.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인 인구 5천만 명의 작은 나라가 이런 전력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앞으로 병력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나라의 자존은 결국 힘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