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책 읽기
서울의 정반대 쪽으로 출퇴근을 하려면 편도로 약 1시간쯤 걸린다.
매우 아까운 시간이다.
어차피 보내야 할 시간, 뭘 하며 보내야 아깝지 않을까.
대체로 사람들은 졸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다.
하루에 왕복 두 시간,
그냥 지루하지 않으려면 얻는 건 없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인터넷이나 보는 것이고,
뭐라도 건지려면 외국어 공부를 하면 좋은데 그건 너무 지루하다.
지루하면 자니까 내 경우는 별로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독서다.
책을 읽다 지루해지면 자동으로 졸린다.
졸린 것은 솔직히 인력으로 어쩔 수 없다.
졸리면 졸아야지 별수 있나.
졸지 않고 꼬빡 책을 읽는다면 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하루 두 시간 100페이지는 읽을 수 있다.
보통 책 한 권이 300페이지 정도니까 3일에 한 권 정도는 너끈하다.
일주일에 두 권, 한 달이면 여덟 권은 읽을 수 있다.
지하철 독서의 단점은 많은 승객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쉽게 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난해한 책은 읽기 힘들다. 추천 불가다.
이 문제는 조기 출근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침 일곱 시 이전엔 승객이 적다.
심지어 요금까지 조금 깎아준다.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덕분에 회사에서 가장 멀리 살지만 가장 일찍 출근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부수입도 챙길 수 있다.
책 읽다가 목적지 역을 놓쳐 지나친 적이 많다.
졸다가.
그래도 문제없다. 어차피 정식 출근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니까.
덜 졸려면 너무 어려운 책은 피해야 한다.
1년이면 적어도 60권 이상 읽을 수 있다.
출퇴근 독서로만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책을 읽자. 지하철 좌석, 사람들 틈에 구겨 앉아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