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전자기기로 돌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종이 신문은 노인들의 전유물로 퇴락하고 사람들은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손 전화”를 놓지 않는다.
글씨 쓰는 법을 잊은 대중은 대신 신의 경지에 이른 손가락 놀림으로 살아간다.
천지개벽이다. 달라진 정도가 아니다. 혁명이다. 모든 게 바뀌었다.
기술적으로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온라인 정보가 대중을 이끌어 간다. 20세기에는 공상 과학 만화에서나 봄직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편리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과연, 21세기 사람들은 20세기 사람들보다 행복할까.
글.쎄.다.
21세기로 넘어올 때 난 이미 40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말 그대로 청춘,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말이다. 기를 쓰고 전자 시대의 혁명을 따라갔다.
신세기가 돌아들어 다시 사반세기. 그마저 이제 며칠 남지도 않았다. 나 역시 전자기기가 아니면 이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다지 뒤떨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글.쎄.다.
오프라인 20세기 추억 하나를 끄집어 내 본다.
“편지”
20세기 소통 방법은 집 전화와 손 편지뿐이었다. 집 전화는 프라이버시 유지에 문제가 있었다. 가벼운 대화 이외에 내밀한 이야기를 오래하기는 어려웠다. 청춘의 깊은 소통은 손 편지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전하고 마음을 받는 도구로 말이다.
글씨를 예쁘게 쓰고, 문장력이 좋으면 유리했다. 조금 부족한 외모는 예쁜 글씨와 문장력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예쁜 글씨와 문장력은 권력이었다.
영화 “클래식” 봤는가.
대단한 명작이다. 주인공 손예진, 조승우는 친구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다가 사랑에 빠진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게 된 어머니의 편지 박스.
아름다운 이야기는 편지에서 시작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영화를 보시라.
넷플릭스에 있다.
그런 편지 박스, 내게도 있다. 40년이 넘은 편지들이 누렇게 변해 책장 한구석에서 아직 숨 쉬고 살고 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쳐 다시 읽게 되면 여전히 난, 한숨 쉬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아무리 전자기기에 파묻혀 살아도 난 어쩔 수 없는 20세기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