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사라진 손편지를 가장 많이 주고받았던 시절은 군대 시절이었다.
1983년에서 1985년까지 불과 3년 사이에 수 백통의 편지가 오고 갔으니 가히 압도적이라 해도 좋겠다. 나뿐 아니라 비슷한 또래는 모두 같을 것이다.
“군사우편”
오래된 편지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찝찔한 눈물 냄새 같기도 했고.
졸병 때 내무반에 편지를 전하는 일을 했었다. 행정과에서 근무한 관계로 부대의 모든 편지는 내가 제일 먼저 받았다. 편지를 분류하고 전달하는 일, 전달받는 병사와 눈을 마주하는 일, 찰나의 순간, 약간의 감격을 함께 나누었다. 숨차게 기다렸던 연인의 편지를 받아든 병사의 표정이란…. 전달하는 나도 기쁘다. 어떤 병사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병쯤 되면 연인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사례가 잦아지는 데, 상병, 병장이 될 때까지 살아남은(?) 연인의 편지를 받아 쥔 병사의 표정. 흐뭇하고 부럽고 뭐 그랬다.
그래도 격정적인 반응은 이등병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편지 내용이 심상찮을 때는 저러다 탈영하면 어쩌나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다행히 좋은 내용이면 편지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가기도 했다. 휴가 날짜를 세면서.
일과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모두 엎드려 답장을 쓴다.
“사랑하는 어쩌고저쩌고….”
멀리서 바라보면 숙인 고개에서 절박함이 뚝뚝 떨어진다.
그 편지들을 모아 다음날 전령 편에 깔끔하게 한 통 누락 없이 상급부대로 보내면 끝이 난다.
옛날 옛적 우리 아버지 세대 군대 시절, 군사우편 관련 노래 한 곡 소개한다.
참 좋다.
행주치마 씻은 손에 받은 임 소식은
능선의 향기 품고 그대의 향기 품어
군사우편 적혀있는 전선 편지에
전해주는 배달부가 사립문도 못가서
복받치는 기쁨에 나는 울었소
돌아가는 방앗간에 받은 임 소식은
총성의 향기 품고 그대의 향기 품어
군사우편 적혀있는 전선 편지에
옛 추억도 돌아왔소. 얼룩진 한자 두자
방앗간의 수레도 같이 울었소.
(향기 품은 군사우편)
어떤가?
전쟁 나간 남편에게서 온 편지 한 통 받아쥔 새댁의 감격, 전해지지 않나?
문득,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jGtyt6LKlOI&list=RDjGtyt6LKlOI&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