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젖은 스물셋
태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어느 날 저녁.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친 한 병사가 통기타 하나를 들고 석양을 마주보고 앉았다.
스무 달쯤 군 생활을 이어가 이제 상병 고참.
이제 스스로 자기 한 몸쯤은 책임질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일과가 끝나도 계급이 낮은 다른 병사들은 여유가 없었다.
청소, 빨래, 개인 정비. 쉴 틈이 없었다.
마음 속 깊이에서 시샘하는 마음이 올라오려던 순간.
능숙한 기타 음과 함께 감미로운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다.
세상과 격리된 이십대 초반 병사의 심정을 흔들기에 충분한 곡조였다.
‘무슨 노랠까.’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르면
꿈처럼 그대 모습 잊을까.
흐르던 한잎 두잎 지면은
갈바람 따라 그댈 잊을까.
나 오늘밤 그대 못 잊어
그댈 그대를 부릅니다.
내 창가에 환한 불빛을
이 밤에 그댄 보시나요.
발자국 소리 듣다
지쳐 잠이 들었어요.
그대……
마대자루를 잡고 바닥을 닦으며, 군화를 닦으며 모든 신경을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집중했다.
가사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무슨 노랠까, 무슨 노랠까.
흘끔거리며 몰래 그를 바라봤다.
석양빛에 물들어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병사의 모습.
상병 계급장이 유난히 멋있어 보였다.
‘우수에 젖은 저 사람, 저 노래, 정말 멋지다.’
노란 작대기 하나가 세월이 지나 세 개가 된다 해도 절대 이를 수 없는 경지였다.
가사 하나 하나를 씹어 새겼다. ‘무슨 노랠까? 무슨 노랠까?’
파편처럼 온 몸을 파고드는 가사는 위로이며 고통이었다.
“꿈처럼 그대 모습 잊을까”라니.
내 절박함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지 않는가.
그 때는 그랬다.
세월이 흘러 제대를 하자마자 그 노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산울림 ‘못 잊어’
https://www.youtube.com/watch?v=zpVjpQI6oWY&list=RDzpVjpQI6oWY&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