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 크리스마스

by 신화창조
보초.jpg 파티를 뒤로 하고 보초 나가는 병사(뒤로 보이는 트리가 멋지다.)

1983년 크리스마스.


그 해 여름 군대에 가서

논산을 거쳐 부산으로, 원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강원도 산골에 도착했을 땐 벌써 늦은 가을, 11월 하순이었다.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요즘과 달리, 강원도 산골 추위는 따듯한 남쪽 출신 병사에게 생경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가볍게 영하 15도를 넘나듦.


자대에서 적응 기간 보름, 12월 초순, 내무반은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갔다. 군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였다. 바짝 군기가 들어 쫄아 있었지만 군에서 첫 크리스마스가 매우 궁금하고 기대 또한 컸다. 한 달 내내 파티 준비로 바쁘다. 20대 초반의 피 끓는 청춘들을 폐쇄된 공간에 모아놨으니 말은 못해도 욕구불만이 가득 차 있었을 것이고 지휘관들도 그 눈치를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숨 쉴 구멍이라도 준다는 기분으로 파티를 허용했을 것이다.

파티는 이브 날 저녁이었다. 점호도 면제해 줬다. 삭막한 군대에서 파티라니...


12월 한 달은 모든 병사가 들떠있었다.

산에 올라 2미터가 넘는 소나무를 베어와 트리를 만들고 멋지게 장식을 했으며, 1년 내내 잔반을 받아간 부대 앞마을에서 떡을 해 오고 간부들도 알음알음 파티용 먹을거리를 지원해 주었다.


ROTC 출신 소대장은 12월 내내 캐럴을 가르치고 연습시켰다. 자유 시간을 줄여가며 연습시켰지만 힘든 줄 몰랐다. 캐럴 연습이 즐거웠다.


'청춘이여! 크리스마스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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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찬 겨울이 왔다.


썰매를 타는 어린애들은 해 가는 줄도 모르고

눈 길 위에다 썰매를 깔고 즐겁게 달린다.


긴 긴 해가 다가고 어둠이 오면

오색 빛이 찬란한 거리거리에 성탄 빛


추운 겨울이 다가기 전에 마음껏 즐기라

맑고 흰 눈이 새 봄 빛 속에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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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망의 이브가 되었다. 저녁 7시부터 파티다.


‘아, 그런데’

7시부터 보초 근무를 나가란다.


‘그러면 그렇지 내 복에 무슨..’


쓴 웃음을 웃으며 윗도리 네 벌, 아랫도리 네 벌 입고,

빵 모자 쓰고 양말 두 켤레 껴 신고 보초 근무를 나갔다.


먼발치 내무반에서 병사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캐럴 소리가 들려왔다.


'아... 까만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다음 해 1984년 12월을 기약하며 질근 두 눈을 감아버렸다.


캐롤송/창밖을 보라/ Look out the window /크리스마스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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