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epted라는 단어
12월 24일 아침.
창밖의 냉기는 아파트의 외벽을 타고 흐른다.
나는 직업적으로 감정을 다루는 일을 하지만, 기록할 때만큼은 언제나 감정의 사후(Afterlife)를 다루게 된다. 진료실에서의 나는 감정의 범람을 막는 배수로를 점검하는 자이지만, 노트북 앞의 나는 그 배수로에 걸려 있는 잔여물과 보석의 경계를 뒤섞는 관찰자가 된다.
나는 노트북을 열기 전, 손등에 핸드크림을 짠다. 레몬과 핑크 페퍼의 알싸한 첫 향이 코끝을 찌른다. 임상가로서의 각성을 요구하는 날카로운 산미 뒤로, 곧바로 주니퍼 베리의 서늘한 숲 향과 샌달우드의 묵직한 무게감이 뒤따른다. 이 향의 조합은 마치 나의 글쓰기와 닮았다. 자극적인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앰버의 온기 아래 침착하게 가라앉는 잔여물들.
손가락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이 축축하고 따뜻한 막을 느끼며, 나는 습관적으로 투고 플랫폼의 ‘Status’ 칸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초록빛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Accepted.
We loved your piece.
We are thrilled to say…”
대체로 좋은 소식일수록 설명은 짧다.
수천 단어의 고통을 쏟아부어 만든 원고에 대한 응답이 단 몇 줄의 문장으로 돌아올 때, 그 비대칭적인 간결함은 오히려 해방감을 준다.
내 글을 처음으로 데뷔시켜 준 곳은 뉴욕 기반의 독립 문학 매거진이다. 이곳은 잘 다듬어진 기승전결의 내러티브보다, 무너지는 찰나의 순간,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얼룩, 그리고 버려졌다고 여겨진 기억에 더 오래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그래서 매 이슈는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이번에 내가 참여하게 된 TRASH 이슈는
‘쓸모없다고 분류된 것들’, ‘버려졌지만 여전히 말하고 있는 것들’을 다시 호출하는 기획이다.
이 매거진의 편집 방향은 문학적 완성도만큼이나 목소리의 정직함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이 나의 글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문학적 기교 때문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왜 이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와야만 했는가’라는 질문에 정직하게 응답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말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고, 곪아 터진 상처의 단면을 세잔의 정물처럼 다각도에서 응시하려 했던 약간의 끈질긴 시선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 메일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핸드크림의 향이 체온과 섞여 이제는 깊고 은은한 앰버의 향만을 남기고 있다. 손등은 매끄럽고, 키보드를 누르는 손가락의 압력은 평소보다 조금 더 단단하다.
그래도 오늘은, 열심히 버려왔던 나의 언어적 파편이
한 번쯤은 기록될 가치가 있는 유물로 주워진 날로 기록해 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