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늦가을이었다.
11월이었을까. 아마 그 무렵이었다. 갑자기 본부장이 호출했다.
처음엔 이런저런 일로 껄끄러웠던 본부장도 거의 1년쯤 같이 생활하다 보니 어느 정도 관계가 좋아진 상태였다.
종합병원 일은 혼자서 되는 일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함께 필드를 다녀야 한다.
거래가 끊어져 있던 대학병원의 신제품 랜딩 작업 등, 필드에서 큰 작업을 함께 진행하며, 조금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엔 부당했지만,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해하지 못할 게 뭐가 있을까.
그래도 본부장 방에 들어가는 일이 여전히, 그다지, 쉽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만나자마자 들이받은 과거가 있으니까.
S 대학병원.
우리나라 최고 대학의 부속병원이자, 명실상부한 국가 중앙병원인 S 대학병원을 내년(1994년)부터 담당했으면 좋겠단다.
본부장도 뭐가 그리 어려운지 매우 조심스럽다.
영광스럽기는 하지만 병원부에 진입한 지 겨우 10개월 된 대리에게 무리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걱정하지 마라, 너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기분 좋은 설득을 잠시 들은 후 수락했다.
파격이었다.
제약 영업에 입문한 지, 5년 만에 담당자로서 꼭대기까지 올라온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얼떨결에 수락은 했지만 내심 걱정과 부담감이 몰려왔다. S 대학병원 담당자라면 영업부, 나아가 회사의 얼굴이다. 아차 잘못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의 명예를 더럽힐 수도 있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이미 수락은 해 버렸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그의 방을 빠져나오는데 뒤통수에 대고 그가 한마디 했다.
“부러워. 난 영업부에서 다 해봤는데 S 대학은 못 맡아 봤어! 부러워!”
“S 대학 담당자가 못 하는 일이라면, 이 회사 누구도 못 하는 일이야!”
‘어쩌...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