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 양반 생각이 난다.
내게 가혹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나를 알아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나를 술수로 대하고 마구잡이로 다루었지만 제대로 나를 알아봐 준, 그런 양반이었다.
남자는 말이다.
저것이 뻔한 술수인 걸 알면서도 진정으로 알아봐 주면 가진 것 전부를 바칠 수 있다.
어디 남자만 그럴까? 사람은 대체로 그럴 것이다.
자기를 무시하고 깔보는 데 충성을 다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가장 기본 생존 조건은 바로 “존중”이다.
사람은 존중받기 위해 태어난다.
그 양반이 그런 사람이었다. 거의 20년을 나의 모든 면을 제대로 알아봐 줬으며 내 뜻을 채택해 주었다.
당신 생각에, 함부로 한계라고 평가하고 사람을 막 버린 부분은 상처로 남았지만, 어차피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사라졌다.
그 사람에 대한 내 생각은 충분히 존중받았고 알아봐 줬다는 것뿐이다.
또한, 이후로 살면서, 그때 배운 인생을 사는 법은 살아가는 지표가 되었다.
세상에 흔한 匹夫 같지만, 그런 사람 별로 없었다.
왜 갑자기 그이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만 스치듯 한번 봤으면 좋겠다.
꼭!
스치듯 만…….
그러고 보니 그 양반, 우리 나이로 여든여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