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동일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던 대기업 J사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거의 50대 50이었던 시장이 불과 1년 사이에 90대 10 되었으니 당연히 그들이 뭔가를 할 것으로 예상했던 참이었다.
그들의 반격은 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이 쌓아왔던 인맥으로 약제부, 위원회가 총동원된 것이다. 그들은 기초 의학 부문에서 오래 활동한 인연으로 밀고 들어 왔다.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인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무기로 공략한 것이다.
대포와 소총의 전쟁이었다.
우리 제품을 밀어내기 위한 은밀하고도 치밀한 작업,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 내용을 처음으로 알려 준 분은 평소 조금씩 친분을 쌓아온 외과 Y 교수님이었다.
“회의에서 너희 약을 배제하겠다더라.”
깜짝 놀란 마음을 감추고 차분히 말씀드렸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 J사가 왜 그러는지, 두 회사의 로비 능력의 차이를.
“한마디로 무자비한 약육강식입니다. 교수님.”
일순간 교수님 얼굴이 빨개지셨다.
“나쁜 놈들이네! 중환자에게 처방되는 약을 힘 있다고 막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하시면서 차분히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나쁜 놈이지만 상대를 인정해야 해. 힘이 있으니까 그러는 게 아니겠어. 너희가 논리나 도덕적으로 우월하니까 이러저러한 사람을 만나 설득을 해.” 이어서 회의에 참석하는 교수님 면면을 알려 주셨다.
교수님 방을 나서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 잘못이다. 내가 교만했다. 반격이 있으리라 짐작하면서 상대를 무시한 채 대비에 소홀했다. 어쩌지, 이걸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죽자 살자 매달려 봐야지. 시간이 없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알려주신 선생님들을 모두 만나서 말씀드렸으나 이미 J사에 회유된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병원, 최고 교수님들 아닌가.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달라는 내 의견을 끝내 외면하지는 못했다. 일방적으로 우리 편을 들어주시게 하지는 못했지만 모두 중립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회의는 공전했다. 한 번에 끝날 것 같았던 회의가 수차례 이어졌다. 몇 달.
결론은 J사의 실패였다. 그들이 목표로 했던 우리 약 코드 뽑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만 제품명 알파벳 순으로 앞서있던(J사는 F, 우리는 P) J사가 1번 코드를, 우리가 2번 코드를 갖는 거로 마무리 지어졌다. 그것도 억울하고 분했다. 원래 우리가 1번이었는데.
항의할까 잠시 망설였으나, Y 교수님이 조용히 소매를 잡았다.
“이 정도에서 물러서. 너희가 이긴 거야.” Y 교수님이 그 회의의 대장님이셨다.
두 번째 코드.
바짝 긴장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병동을 돌아다녔다. 두 배, 세 배. 활동량을 늘렸다.
100명에 가까운 내,외과 주치의 선생님들에게 모두 상황을 말씀드리고 함께 분개했다.
이번엔 95대 5가 되었다. 그래도 J사는 병동에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