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별로 나가 본적이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평일 오후 대학로는 한가했다.
내 기억 속의 대학로는 여전히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대학로.
옛날 S 대학 부지였고 대학생들이 많이 모인다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을 거라 짐작만 할 뿐이다. S 대학병원과 함께 의과 대학이 여전히 그곳에 존재하며 인근엔 몇몇 다른 대학들도 있다.
6년을 하루 같이 지나다녔지만 이름만큼 대학생이 많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다. 다만 한국의 브로드웨이라고 불릴 만큼 소극장이 많고 옛 학교 부지에 조성된 마로니에 공원, 젊은이 성향의 술집이 많아 저녁이 되면 언제나 흥청거렸다.
밤이 되기 전까지의 대학로는 적당히 고적하고, 적당히 붐비는 동네였다.
인근의 명륜동, 혜화동, 연건동 달동네에는 가난한 대학생과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다.
장발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남루하지만 멋스러운 복장, 대학로 예술가들의 초현실적인 모습이 당시 대학로를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어디든 영화 고래사냥의 한 장면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마로니에 공원에는 이름 없는 개그맨이나 젊은 가수들의 발랄한 버스킹, 거리 공연으로 낮부터 떠들썩했으며, 옛 S 대학과 1975년 이전까지 함께 했던 학림 다방은 인테리어를 거의 바꾸지 않아, 나이든 선배 세대를 향수에 젖게 했다. 커다란 커피 잔, 삐걱거리는 의자, 고색창연한 나무 테이블, 창으로는 공원이 보이는 학림다방이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대학로에서 매일 2,3시간을 보내는 일은 그리 힘들지도 않고 안온하기만 했다.
공원에 앉아 거리 공연도 즐겨도 좋고, 수많은 소극장에서 뿌리는 전단들을 주워 봐도 좋다.
그 마저 지겨워지면 아트센터에 가서 미술 작품을 관람한다.
영화 개봉관도 하나 있어서 좋은 영화가 나오면 즐겨 들렀다.
대학로에서 영화는 인기가 없다. 대학로에 영화 보러 오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연극이라면 몰라도.
혼자서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보는 영화, 재벌 집 둘째 아들 부럽지 않다.
영화를 보다가 영 재미가 없으면 그냥 쿨쿨 자면 된다.
당시 감명 깊게 본 영화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있다.
바로 그 영화,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혼자서 봤다.
네마자데, 아마드....... 왜 이런 영화가 인기가 없을까?
이후 두 번 더 봤는데 지금 또 보라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언젠가 이 영화에 대해서 글 한 번 써 봐야겠다.)
이 정도면 하루 3시간을 제법 유익하게 보낸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