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니? 1998년 우리나라는 한번 망했다?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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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우리나라에 큰일이 터졌다. 대한민국이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식은땀이 나고 스트레스로 속이 쓰린다.


겨우 29년 전 이야기다.

건국 이래, 6.25 전쟁 빼고 이보다 더 충격적이고 모든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자존심 상하게 하는 그야말로 초유의 사변이 또 있었을까.


내 나이 서른일곱 시절이었다.


신속히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전 세계가 우리를 조롱했다.

울화가 치밀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터져버렸는데.

그동안 성장 신화를 써왔던 대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거리엔 실업자들이 넘쳐났다.

돈을 구할 방도가 없었던 자영업자는 앉아서 부도를 맞아야 했다.

한 마디로 나라가 망한 것이다.


캉드쉬인가 하는 IMF 총재가 우리나라를 찾아와 막 부임한 김대중 대통령을 어린애 다루듯 하는 모습에서, 6.25 전쟁 초기 긴급히 내한한 맥아더 장군이 이승만 대통령의 어깨를 감싸 안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였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심지어 외국의 큰 손 사채업자가 우리 대통령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TV에 여과 없이 비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아시아의 호랑이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가... 거지가 되다니.


불안하고 막막했다. 회사는 괜찮을까.

다행히 제약회사는 태풍의 큰 흐름에서 조금은 비켜 있었다.

상여금이 밀리는 등 약간의 충격은 있었으나 감원 등 축소 경영은 없었다.

나라가 망했다고 아픈 사람이 없어질까.

다만 원룟값이 폭등했다는 둥,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둥 설왕설래만 풍문으로 돌고 돌았다.


집에 있는 금붙이를 몽땅 은행에 바쳤다. 이른바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아이들 돌, 백일 반지가 수십 개나 있었는데 기념으로 한두 개만 남기고 다 처분해 버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위의 동료 대부분 그렇게 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돈은 이미 신용을 잃었고, 외국 돈은 바닥을 드러냈으니 장롱 속 금붙이라도 끌어낼 수밖에 없는 궁여지책이었다.

동참하지 않으면 매국노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는 심리도 한몫해서 너도나도 은행에 금을 바쳤다.


요즘처럼 금값이 하늘을 찌를 줄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 꿍쳐놨으려나. 그러나 아깝거나 후회는 없다. 다 같이 했으니까, 큰 도움을 받았다니까.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IMF 시절의 회사와 병원의 모습을 다뤄 볼 생각이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고비였고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너무 어려서 와 닿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교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절,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던 우리 집 큰 애가 지금 당시 내 나이가 되었는데, 그도 그 시절을 잘 모른다.

여덟 살이 뭘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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