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안녕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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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IMF 사태는 1997년 11월에 시작되었지만 그 전조 증상은 이전부터 있었다. 절대 그럴 리 없을 것 같았던 대림이나 기아 자동차 같은 철옹성 대기업마저 부도를 냈으며, 해외 여행 중에 만난 외국인으로부터 걱정을 듣기도 했다. 너희 나라 위험하다고. 게다가 환율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는 쉬쉬하기만 하고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것이다. 최소한 1년 전에라도 국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대비했더라면 굳이 그런 망신과 곤란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기회와 시간을 다 놓치고 어쩔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만세를 부른 것이다. 정말 미웠다. 아직도 당시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전후 세대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던 건 틀림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사람의 일인가보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고통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줄더니 2000년대에 접어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을 회복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과 이후는 명백히 달라져 있었다.


먼저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국민은 국가에 대해, 종업원은 사주에 대해 전처럼 더 이상 전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게 되었다. 믿고 맡겼더니 국가 부도로 돌려받았고, 사주는 어려움에 직면하자 종업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적나라하게 목격한 국민이, 종업원이 어떻게 국가를, 회사를 다 믿을 수 있겠는가.

평생직장의 개념은 이 때부터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가 절망의 상황을 겪고 개선되어 과감한 개혁 정책을 펼치기 쉬워졌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사회적 동의를 받기 쉬워졌다.


내가 속한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면,

전 국민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 같은 굵직한 정책이 이 무렵 시행되었다. 비록 졸속으로 시행되어 많은 부작용은 낳았지만 전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었다.

당시로서는 천지개벽 같은 정책으로,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는데 손쉽게 동의를 받아 시행하게 된 것이다. 만약 요즘이라고 생각해 보라. 이게 어디 쉬운 일 인가. 말 많고 시끄럽고.




돌이켜보면 시간은 약이 되었고 고통은 경륜이 되어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다. 쓰리고 아픈 한 시대에 작별을 고하며 감사의 마음도 함께 보낸다.


그렇게 고통의 몇 년을 넘기고 대망의 2000년대를 맞았다. 이 시기 난 부장으로 진급을 했다.

중견 관리자가 된 것이다. 비교적 평탄한 영업 관리자 생활도 큰 전환이 찾아왔다.


또 다른 큰 산, 의약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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