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새천년은 격변의 시기였다. 찬란한 40대를 격변으로 맞이하다니.
의약분업으로 시작한 의원부 지점장은 겨우 2년으로 끝났다.
대리로 종합병원부에 와서 6년,
이제 이동 없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나 했는데 드센 팔자는 나를 가만 두지 않았다.
마케팅부장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뜬금없이.
그전에 기획조정실장 제안이 있었는데 단칼에 잘라 거절했더니 이번엔 마케팅부란다.
기조실 발령을 거부한 명분으로 나의 정체성인 영업과 관련이 없는 보직이라서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고 핑계를 댔더니 그럼 영업과 연관이 있는 마케팅부로 가라는 이야기다.
부장씩이나 되어서 더 이상 조직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영업을 계속하고 싶었다. 15년 동안 실력을 쌓았던 부서를 떠나고 싶었겠는가.
낯선 부서에 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컴퓨터도 다룰 줄 모르는 부서장으로서 PM들에게 무시나 당하지 않을까 불안했다. 신입이라면 백지에서 새로 배우면 되지만 이게 부서장인데 쉽지 않을 것이다.
회장님의 뜻은 확고했다.
“변화의 시대다. 가서 회사를 바꿔. 영업 잘 하는 친구는 마케팅도 잘할 거야.”
“명령이야. 가. 가서 니 맘대로 해봐!”
국회의원 하느라 4년이나 자리를 비우다 돌아온 회장님의 명령이다. 우리보다 못했던 HM사의 추월이 당신을 크게 자극했을 것이다.
‘뭘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에라 모르겠다. 가보자.’
이러고 있는데 사랑하는 후배이자 마케팅부 차석으로 있는 S군이 찾아왔다.
S군은 안양지점, 종합병원에서 인연이 있었던 절친 후배로서 4,5년 전에 먼저 마케팅부에 가 있었다.
“형, 또 거절하고 안 오는 것 아니죠?”
그는 나의 뾰족한 성격을 걱정하고 있었다.
“형, 걱정하지 말고 꼭 오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우리 부서 문제 많아요. 같이 고쳐 봐요.”
그 말을 들으니 없던 투지가 새삼 생기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있냐? 월급쟁이가 까라면 까야지!”
이렇게 너스레를 떨며 보무도 당당하게 마케팅부에 부임했다. 쥐뿔도 모르는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