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문밖 날씨가 곱다.
사람 살기 좋은 날씨다.
파란 하늘, 맑은 공기, 섭씨 10도쯤, 냉기 가신 들판.
긴 겨울을 견뎌냈다는 안도감에 쭈그러졌던 행인들의 어깨가 펴지고,
밝은 얼굴에 미소가 넘친다.
이런 날은 누구에게라도 싱거운 말을 걸어도 달콤한 메아리로 돌려받는다.
“안녕하세요! 좋은 날입니다!”
“네, 그러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오늘 같은 날, 생각 없이 가볍게 차려입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누구를 만나고 뭘 보고 먹고 어떤 계획 없이, 그냥 휙 떠나고 싶다.
말 그대로 훌쩍, 계획 없이 여행을 하고 싶다.
그렇게 길을 나서서 따듯한 3월의 봄기운을 느끼며 인적 드믄 들판을 천천히 걷고 싶다.
다리가 아파오면 봄 언덕에 털썩 퍼져앉아 몰래 노래 한곡 쯤 불러보고,
졸리면 듬성듬성 새순 나온 느티나무에 기대어 잠깐 졸아도 좋을 것 같다.
역시 여행에는 목적이 없어야 한다.
인생이란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하고.
한 평생 살면서 스트레스 상황을 제하고 온전히 편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개인의 생김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절반이야 되겠나.
소풍 같다는 우리 내 삶에서 아등바등 살고 나서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해서,
과연 행복까지 얻은 것일까.
삶에 있어서 진정한 성취는 스스로 편안함을 느낄 때가 아닐까.
이렇게 좋은 날, 이름나고 멋진 곳이 아니라도 좋다.
잠시 다 내려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봄 길을 걸으면
어깨 아래, 겨드랑이에 하얀 날개가 돋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