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이 시조 모르는 한국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이 시조는 가곡으로 더 유명하다.
“별”이다.
한국 현대 시조의 아버지, 가람 이병기 선생이 쓴 시조다.
거기에다 이수인 선생이 곡을 붙였더니 세대 불문, 온 국민이 사랑하게 되었다.
아주 서정적이고 담담한 정서를 담고 있는 곡이지만 망국을 지켜보고 빼앗긴 강토에서 청춘을 다 보내며 온 몸으로 우리말을 지켜낸 국어학자로서 서러운 정조도 느껴진다.
어디가 그러냐고 물으면 딱히 해줄 말은 없지만 한국인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선생은 1891년에 태어나서 스무 살에 나라를 잃었고 쉰여섯에 되찾았다. 일제에 의해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면서도 우리말 보전과 발전을 포기하지 않았던 선생은 끝끝내 “조선말 큰 사전” 간행을 보시고 말았다.
1957년의 일이다.
너무 기쁜 나머지 과음을 하셔서 뇌일혈을 일으켜 긴 투병을 하셨을 정도였단다.
시에 ‘초사흘 달’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 시의 핵심이다.
언제나 나도 선생처럼 초사흘 달을 바라보고 싶었다.
서늘한 바람 부는 초저녁 밤하늘에 뜬 첫 달 말이다.
그러나 그게 말같이 쉽지 않다.
초사흘인가 싶으면 어느새 초나흘, 초닷새다.
게다가 초저녁에 서쪽 하늘에 금방 떴다 금방 사라지니 게으른 나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마음만 남겨놓고 돌아서곤 한다.
오늘 2026년 3월 21일, 음력 2월 초사흘.
아파트 주차장에 서서 초사흘 달을 만났다. 막다른 골목 끝에서 연인 만나듯.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