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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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으로 제약업계에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종전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고 성장이냐 소멸이냐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소멸할 운명에 놓인다는 것은 자본주의 환경에서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릴 때, 기업은 갈 곳을 잃는다.

이것이 2000년대 초반, 냉혹한 현실이었다.


맨바닥에서 자수성가해 국회의원까지 지낸 오너는 누구보다 빠르게 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월급쟁이들이야 제멋대로 비판하다가 떠나면 그만이지만 오너는 도망갈 곳이 없지 않은가.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회사를 시장에 알맞게 바꾸어 놓아야 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나 역시 주춤거리다간 기회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오너의 방을 들락거리며 둘이서 궁리를 했다.

부장 나부랭이가 회장과 무슨 꿍꿍이를 하는지 더러는 궁금해하고, 더러는 질투로 따가운 시선을 보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방침이 서기 전까지는 절대 기밀에 붙이라는 오너의 추상같은 명령이 있었다.


우선 성공한 회사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대상은 HM 약품.

거의 유일했다. 의약분업의 뚜껑을 열자마자 판도를 바꿔버린 회사는 HM뿐이었다.

인연을 찾아 모든 안테나를 풀가동했다.


순간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함께 S 병원을 담당하다가 대전 지점장으로 가 있는 HM의 L 차장이 떠올랐다. 나보다 나이도 적고 경쟁 제품도 없어서 동생처럼 대해 줬던 붙임성 있는 친구였다. 약속을 잡고 대전으로 한달음에 뛰어갔다.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 앞 민속주점에서 만나서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L은 기대 이상으로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했다. 오너의 의지로 추진했으므로 흔들림이 없었다. 든든한 오너의 의지가 있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변화의 대상인 직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그 힘든 일을 왜 하려고 하나? 결국, 주인만 좋은 것 아니냐? 욕도 많이 먹게 된다. 피치 못하게 다치는 사람도 나온다. 잘못되면 책임 추궁도 따를 것이다. 눈치껏 빠지는 게 좋을 거다.”


그에게서 들은 정보만 귀에 들어오고 뒷이야기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제법 많은 양의 막걸리를 마셨으나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


“알았다. 고맙다. 또 보자. 진행하다가 궁금하면 또 내려올 게. 막걸리는 배 터지게 사줄 게. 거절하지 말고 꼭 만나줘!”

언제든지 오라는 그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울행 막차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음날 새벽같이 출근해서 오너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에서 오너가 내리자마자 득달같이 달려갔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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