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일에 많은 참모를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오직 마케팅부 S 차장, K 과장, 둘 만으로 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나만을 믿고 마케팅부 고유의 일과 직접 관계가 없는, 험한 일에 기꺼이 참여해 주었다.
어쩌면 본연의 업무보다 훨씬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여러 날 야근까지 불사해야 하는) 지극히 위험하고 평가받을 수 없는 일을 말이다. 공격과 방어가 일상사인 환경에서 수많은 자료를 만들고 입증하지 못하면 바로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살아남을 확률 보다 밟혀 죽을 확률이 높은, 위험천만한, 그런 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단지 사명감과 정의감, 신뢰만 의지해서 무섭고 고달픈 일임에도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와 준 두 친구에게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
사실 이 둘은 평범한 직장인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보신을 위해 불편부당에 적당히 눈을 감기도 하고 시류에 편승해 일신을 편하게 하려 하지 않는가.
단지 옳은 일이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 말만 믿고 일고의 망설임 없이,
“어디 한번 해 봅시다!”
선선히 뛰어든 친구들이었다.
길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에게 들은 말은,
“무서워 죽겠어요!” “아~ 제발 재미있다고 하지 마세요!”
고작 이런 말뿐이었다.
나는 지금도 확신한다. 그들은 나와 100% 생각이 같았다.
물론 따로 약속이나 어떤 사탕발림도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무척 뻔뻔한 사람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마케팅부 본연의 의무에 소홀할 수는 없었다. 본연의 업무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준다면 마케팅 임원을 비롯한 지금껏 누리고 살아온 기득권의 집중포화를 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기득권들의 머릿속에 우리는 아마 이렇게 입력되어 있었을 것이다.
‘싸가지없는 부장 한놈이 애들 둘 데리고 우리 밥그릇을 위협한다.’
우리는 일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새로운 룰을 만들어 빠르게 바로 적용하고자 했다. 우리의 속도에 오너까지 놀랄 정도였다.
이런 일의 생명은 속도라는 걸 우리는 동물적 감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상대도 후미진 곳에서 조용히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