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격돌(激突)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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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평가’였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느 분야든 소속원에 대한 평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공정한 결과에 따라 대우가 결정되어야 한다. 평가 없는 조직은 없다.

그래서 조직에 속해 있는 누구도 그 존재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공정하지 않은 평가는 경쟁 의욕을 떨어뜨리고 바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당시 회사는 오너가 국회 진출로 긴 시간 자리를 비운 틈을 타고 임원들 사이에 기득권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아무도 평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오직 자리보전과 영달에만 매달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고 국회로 간 오너.

임원들이 이 지경이었으니 직원들은 오죽했겠는가.

그저 일하는 시늉만 할 뿐,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열심히 일이라도 한다면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쫓아가 훼방 놓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망하는 지름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불공정한 평가에 신물이 나 있었던 난 먼저 이것부터 손을 댔다.

우선 외형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골격을 바꿨다. 모든 지표를 성장 중심으로 바꾸니까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1등이 꼴찌가 되고 꼴찌가 1등이 되고.

당연히 회사에 난리가 났다. 별의별 말이 다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든 회의는 항상 나에 대한 성토장이 되었다.


내 참모 S 군이 10년 치 실적을 분석해 임원 회의에 들이밀었다. 난 임원이 아니었지만 오너의 명령에 따라 참석해 있었다. 자료를 만들고 분석했던 S 군의 브리핑 일성(一聲)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전 직원 120개월 실적 분석하느라 눈알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난 10년, 우리는 엉터리로 일했습니다.”


홍구 공원에 폭탄이 터졌다. 삽시간에 임원들 얼굴이 노래지고 파래지고 빨개졌다. S 군이 만든 자료는 누가 봐도 설득력 있는 ‘명 자료’였다. 사색이 된 임원들과 달리 오너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일갈하셨다.


“어! 수고했어. 잘 만들었네. 내가 회사를 잘못 경영했구먼.”


대 놓고 논리에 맞게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너까지 반성하는 마당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현직 영업본부장은 괴성을 지르며 뛰쳐나갔고 다시는 회사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그대로 사직처리 되었다.


나를 위해 여러 날 잠도 줄여가며 명 자료를 만들어준 S 군에게 이십몇 년 내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 잊지 않는다.


“S 군! 자네 덕에 내가 산다!”


그날 회의 이후 내가 속해 있던 마케팅부 임원을 포함한 전체 임원들 견제와 갈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깊고 광범위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었다.

난 이미 싸움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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