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어떤 이가 오랜 시간 나와 함께했던 사람에 대해 “그 사람 어때?”하고 물어 온다면, 나는 항상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사람의 속을 안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머리와 가슴에 쌓인 모든 자료는 여러 가지 오류로 오염되어 있음을 지금 이 나이에 알게 되었다.
그렇다.
사람에 대해서 내가 가진 것들은 가치를 잃었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내려진 결론으로 사람을 아는 척했던 지난날의 내가 부끄럽다.
정말 알 수 없는 게 인간인 것 같다. 사회적 위치에 따라 변하는 정보와 자료라면 그건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다. 차라리 어떤 지위도 없는, 모든 걸 내려놓은 현재, 깨끗이 실패를 인정하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직에 매달려 살다가 처음으로 내려온 평지의 세상.
내가 알아온 세상은 제대로의 세상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항상 바뀌는 것들, 가치 잃은 것들을 치워버려야 한다.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은 누워서 침 뱉기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는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모른다.”가 정답이다.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부터 오물을 껴안고 산 것이니 말이다.
담담한 마음으로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아쉬움은 없다.
그리고
모든 것들을 여백으로 남겨야 한다. 더 나은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