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님께서는 텔레비전 연속극을 엄청 좋아하는데요.
제가 보기엔 결과가 뻔하고 스트레스 유발성 스토리 투성이인데, 그걸 엄청 몰입해서 봅니다. 그 순간 저는 안방으로 도망을 가야합니다. 연속극 끝날 때까지 이산가족이 되는 거죠.
이해가 안 돼요. 평소에는 복잡한 거 싫어하는 그야말로 단무지 아줌마인데요. 그 뻔한 연속극 앞에서는 왜 그러죠? 댁네 마님은 어떠하신가요?
음식을 주문 받는 식당 웨이터에게서 우연히 발견한 자이가르닉 효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도 자이가르닉 효과?
일을 끝마친 집단과 일을 끝마치지 못하도록 방해 받은 집단, 기억의 정도는?
드라마가 노리는 자이가르닉 효과!
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이 완결되지 않으면 긴장이나 불편한 마음이 지속되어 잔상이 오래 남을 수 있는데, 첫사랑을 쉽게 잊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주문 받는 식당 웨이터에게서 우연히 발견한 자이가르닉 효과
레스토랑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던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웨이터들이 어떻게 수많은 주문을 헷갈리지 않는지 궁금해졌답니다.
자이가르닉은 계산을 마친 후 웨이터에게 자신이 주문한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웨이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주문이 끝난 뒤에는 그것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주문 처리 전, 즉 일을 완결하기 전에는 주문 내용을 계속 기억하려고 하지만, 주문이 끝나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도 자이가르닉 효과?
끔찍한 재난이나 심리적 외상(trauma)을 겪은 사람은 큰 심리적 충격을 받습니다.
따라서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완결되지 않아 다시 그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듯한, 재 경험(flashback)을 하게 됩니다.
완결되지 않는 지난 기억에 의해 정신적 아픔을 겪는다는 면에서 일종의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을 끝마친 집단과 일을 끝마치지 못하도록 방해 받은 집단, 기억의 정도는?
자이가르닉은 이 현상을 토대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 참가자 164명을 A, B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간단한 과제를 주었습니다.
2. A 집단은 과제를 수행할 때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고,
3. B 집단은 과제를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다른 과제로 넘어가도록 했습니다.
4. 실험을 하고 난 뒤 B 집단은 A 집단보다 과제를 2배 이상 기억했습니다.
B 집단이 기억해 낸 과제 중 68%는 중간에 그만둔 과제였습니다.
끝까지 완수한 과제를 기억해 낸 비율은 32%에 그쳤습니다.
드라마가 노리는 자이가르닉 효과!
드라마는 아주 극적인 장면에서 끝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 완결된 드라마를 완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시청자의 머릿속에 주입해 다음 회차 시청률을 상승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우리 마님도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에 그러실까요?
그렇다면 자이가르닉의 포로가 된 마님을 구하러 가야하나요?
아님 함께 포로가 되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