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번병.
이게 뭐하는 보직인지 아십니까?
군대 다녀 온 분은 다 아실 거고. 못 다녀오신 분이나 여성분들! 알아 맞춰보세요.
저의 첫 보직은 당번병이었습니다. 우리 부대 대장님의.
군대 속어로 “따까리”라고 하죠.
근사하게 표현하면 ‘비서’험하게 표현하면 ‘몸종(이건 너무한가?)’
자대 배치 받고 동기들과 함께 대장님께 신고할 때 단지 목소리 크다는 이유로 군번이 저어~~만큼 늦음에도 불구하고 대표를 했습니다.(원래는 군번에 제일 빠른 동기가 해야 하는데 그 녀석은 모기 목소리여서 하는 수 없이)
그거 뭐 별거 있나요. “신고합니다! 어쩌고저쩌고........ 이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당번병이 된 거예요. 대장님이 직접 찍었대요.
목소리 크다고 잘 보인 건 가?
인연이 있으려고 그런 가 사수 정 상병도 고향 사람이고 시작은 좋았습니다.
(사수 조수 이런 건 아시죠?)
‘아~~ 내 군대 생활은 이렇게 풀리려나.......ㅎ’
그런데 말씀입니다.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쉽게 돌아갈 리 있습니까.
아직 제대가 한참 남은 정 상병은 그때부터 말년 생활로 돌입해 버리고 모든 일은 혼자서 알아서 하라는 겁니다.
아........
지금부터 그 때 제 고충을 하나 씩 정리해 볼게요.
먼저
대장님 워카(군용화) 손질
제 자신의 워카도 제대로 못 닦는 이등병 주제에 어떻게 대장님 워카를?
큰일 났더라고요. 사수에게 SOS를 보내니까 뭐래는 줄 아십니까?
“네 혓바닥으로 닦아!”이래요.
속으로 욕 좀 했죠.
게다가 대장님 망신당하면 영창간대요.
아무튼 그 자는 도움이 안 되고.
구두약을 떡칠해도, 몇 시간을 문질러도 광이 안 나는 겁니다.
다음 날 군단 지휘관 회의 가신다는데 어쩌죠? 영창 가야하나? 구두 못 닦아서?
그런데 죽으란 법은 없더군요.
근무 실탄 수령하러 CP에 온 수송부 이 일병이 사회에서 구두닦이 경험이 있대요.
붙들고 늘어졌죠. 애걸복걸 살려달라고.
제대로 전수받았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PX 셔틀을 대가로.
덕분에 군단 지휘관 회의는 별 탈 없이 넘어갔습니다.
100명 가까운 지휘관이 참석한다는데 우리 대장님 구두가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워카는 발목까지 오는 군용화인데 거짓말 조금 보태 발목까지 거울처럼 번쩍번쩍해서 얼굴에 점까지 비춰져야 해요.
군단 지휘관 회의는 전 강원도의 난다 긴다 하는 ‘따까리’들의 경연장인 셈이죠.
구두약을 반통 쯤 두껍게 바르고 솔질은 절대 안 되며 물을 살짝 적신 헝겊으로 거울이 될 때까지 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무한 문질러라....... 한 세 시간 문질렀더니 과연!
그래서 4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구두 하나는 선수처럼 닦습니다.
물광, 불광, 솔광 뭐든지 잘합니다.
이런!
오늘은 구두 이야기만 했네요.
오늘 이야기를
재미있어 하시면 더 많은 에피소드를 시리즈로 늘어놓을게요.
별 스무 개 본 일, 난로 뚜껑 사건, 대장님 사모님 이야기, 커피 찌꺼기, 수송부에서 구박 받은 일, 대장님 물건 챙기기, 보직 해임까지.
아주 많답니다.
오늘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