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화선 Mar 12. 2024

"가장 쉬운 어프로치는 퍼터예요."

앗! 뒤땅이라니! 치퍼는 어때?

"가장 쉬운 어프로치는 퍼터예요."라고 캐디가 말했다. 그린에 올려서 퍼터 하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이다. 골프는 그린 주변에 갈수록 어려워진다. 예민하고 섬세해진다. 한 번 허덕이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실수의 파동은 몇홀을 망치기도 한다.



뒤땅이라니


수많은 어프로치 중에

왜 하필 지금 뒤땅이 날까?


나는 공을 보는 게 아니라

공을 넣겠다는 급한 성질이 고개를 들어

누군 간 웃게 만든다


"넣으려면 어프로치, 붙이려면 퍼트하세요"

특별할 것 없는 캐디의 귀띔을 귓등으로 흘린다


'넣은 사람 거의 없습니다' 그의 옹알이 듣고

거의 없지만 '나는 넣습니다' 나도 옹알이 답변


얼마나 더 잔디를 밟고

얼마나 많이 어프로치를 해야

뒤땅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는 넣는다니깐










자주 가던 골프장에서 자주 만나던 캐디가 있었다. 그 캐디는 늘 같은 말을 했다. "넣으려면 어프로치, 붙이려면 퍼트하세요" 그린 주변에서 퍼트를 건네주지만 아마추어들이 어프로치를 잡는단다. 고수들 아니면 대부분 실수하고 타수를 다 까먹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욕심일까? 자만심? 멋없어서... 하여튼 캐디 10년 이상 하면서 늘 똑같은 모습을 보며 안타깝단다. 쉽게 치면 되는데 굳이 어렵게 하려는 이유는 뭘까. 주말골퍼들이 멋이 들면 잃는 게 많다. 여름 멋쟁이가 코드 입고 땀을 비 오듯 흘리듯, 골프에서 멋은 삐질삐질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린에 가까워질수록 생기는 욕심만큼 몸에 힘이 들어간다. 쉽게 하자. 확률적으로 더 나은 것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 연습장에선 항상 드라이버와 아이언만 연습하면서 어프로치가 왜 안되냐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가 없다.



굴리고 띄우는 샷을 무던히 연습하고 안될 때 보강 연습을 하면 된다. 아마추어들은 흔히 하는 실수다. 연습하지도 않고 확률적으로 어려운 샷을 시도하다 망한다. 영웅적인 샷을 시도하다 말이다.



멋있게 보일 필요가 없다.

연습되지 않은 샷을 할 필요가 없다.

확률적으로 어려운 샷을 할 필요가 없다.

쉽게 해야 한다. 우린 골린이와 주말골퍼다.


"라운드 후에 자신의 경기를 복기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잘못된 결정이 항상 한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확률이 높지 않은 샷을 구사했던  바로 그 어떤 홀에서 타수는 불어날 수 있다."  피아 닐손, 린 메리엇 <모든 샷에 집중하라>





치퍼는 어때?



얼마 전에 치퍼란 클럽을 샀다. 동반자들이 할아버지냐고 쉬지 않고 괴롭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치퍼를 소개해 준 사람은 싱글 플레이어였다. 그도 쓰는 쉬운 클럽을 나도 사용했더니 싱글과 난 다르다며 더 괴롭혔다.



어프로치와 퍼터의 장점을 극대화한 치퍼 너무  사랑스럽다. 단, 스크린에선 안 통한다. 치퍼만 사용하다 보면 스크린에서 어프로치가 둔해진다. 뒤땅은 물론이거니와 거리를 맞출 수도 없다. 필드에서 너무 어려운 어프로치에서 치퍼! 한 번의 사용은 다음 홀을 기대하게 만든다.



치퍼로 그리 주변에서 샷을 하면 환상적으로 굴러가는 게 보인다. 프로들의 <굴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굴리면 핀에 붙고, 어쩌다 들어가는 행운을 얻는다. 골프가 쉬워진다. 그린이 두렵지 않게 된다.


거리감은 캐리와 런을 조금만 연습하면 익힐 수 있다.




할아버지냐?

지금 쓸 나이가 아닌데?



그런 말에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좋은 스코어를 내면 오히려 무시가 질투가 된다. 골린이, 주말골퍼에게 정말 유용한 치퍼를 거부하는 건 어려운 골프를 하겠단 생각이 든다. 골프를 쉽게 하자. 쉽게 치다 보면 더 즐거워진다. 뒤땅의 걱정, 호미질에서 자유롭게 해줄 아이템을 캐디백에 하나씩 넣어준다면 더 이상 어프로치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동반자가 약 올려도, 난 치퍼를 들고 가겠다.

캐디가 "치퍼요?" 몇 번을 물어도  캐디백에 넣자.


어프로치는 내겐 너무 어렵고, 퍼터 하기엔 악조건이 많을 땐 과감하게 치퍼를 들고 가볍게 툭 쳐보자. 치퍼를 들고 OK 받는 나 자신을 상상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가끔 푼수 같은 나를 예쁘게 봐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