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쉬운 어프로치는 퍼터예요."라고 캐디가 말했다. 그린에 올려서 퍼터 하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이다. 골프는 그린 주변에 갈수록 어려워진다. 예민하고 섬세해진다. 한 번 허덕이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실수의 파동은 몇홀을 망치기도 한다.
뒤땅이라니
수많은 어프로치 중에
왜 하필 지금 뒤땅이 날까?
나는 공을 보는 게 아니라
공을 넣겠다는 급한 성질이 고개를 들어
누군 간 웃게 만든다
"넣으려면 어프로치, 붙이려면 퍼트하세요"
특별할 것 없는 캐디의 귀띔을 귓등으로 흘린다
'넣은 사람 거의 없습니다' 그의 옹알이 듣고
거의 없지만 '나는 넣습니다' 나도 옹알이 답변
얼마나 더 잔디를 밟고
얼마나 많이 어프로치를 해야
뒤땅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는 넣는다니깐
자주 가던 골프장에서 자주 만나던 캐디가 있었다. 그 캐디는 늘 같은 말을 했다. "넣으려면 어프로치, 붙이려면 퍼트하세요" 그린 주변에서 퍼트를 건네주지만 아마추어들이 어프로치를 잡는단다. 고수들 아니면 대부분 실수하고 타수를 다 까먹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욕심일까? 자만심? 멋없어서... 하여튼 캐디 10년 이상 하면서 늘 똑같은 모습을 보며 안타깝단다. 쉽게 치면 되는데 굳이 어렵게 하려는 이유는 뭘까. 주말골퍼들이 멋이 들면 잃는 게 많다. 여름 멋쟁이가 코드 입고 땀을 비 오듯 흘리듯, 골프에서 멋은 삐질삐질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린에 가까워질수록 생기는 욕심만큼 몸에 힘이 들어간다. 쉽게 하자. 확률적으로 더 나은 것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 연습장에선 항상 드라이버와 아이언만 연습하면서 어프로치가 왜 안되냐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가 없다.
굴리고 띄우는 샷을 무던히 연습하고 안될 때 보강 연습을 하면 된다. 아마추어들은 흔히 하는 실수다. 연습하지도 않고 확률적으로 어려운 샷을 시도하다 망한다. 영웅적인 샷을 시도하다 말이다.
멋있게 보일 필요가 없다.
연습되지 않은 샷을 할 필요가 없다.
확률적으로 어려운 샷을 할 필요가 없다.
쉽게 해야 한다. 우린 골린이와 주말골퍼다.
"라운드 후에 자신의 경기를 복기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잘못된 결정이 항상 한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확률이 높지 않은 샷을 구사했던 바로 그 어떤 홀에서 타수는 불어날 수 있다." 피아 닐손, 린 메리엇 <모든 샷에 집중하라>
치퍼는 어때?
얼마 전에 치퍼란 클럽을 샀다. 동반자들이 할아버지냐고 쉬지 않고 괴롭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치퍼를 소개해 준 사람은 싱글 플레이어였다. 그도 쓰는 쉬운 클럽을 나도 사용했더니 싱글과 난 다르다며 더 괴롭혔다.
어프로치와 퍼터의 장점을 극대화한 치퍼 너무 사랑스럽다. 단, 스크린에선 안 통한다. 치퍼만 사용하다 보면 스크린에서 어프로치가 둔해진다. 뒤땅은 물론이거니와 거리를 맞출 수도 없다. 필드에서 너무 어려운 어프로치에서 치퍼! 한 번의 사용은 다음 홀을 기대하게 만든다.
치퍼로 그리 주변에서 샷을 하면 환상적으로 굴러가는 게 보인다. 프로들의 <굴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굴리면 핀에 붙고, 어쩌다 들어가는 행운을 얻는다. 골프가 쉬워진다. 그린이 두렵지 않게 된다.
거리감은 캐리와 런을 조금만 연습하면 익힐 수 있다.
할아버지냐?
지금 쓸 나이가 아닌데?
그런 말에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좋은 스코어를 내면 오히려 무시가 질투가 된다. 골린이, 주말골퍼에게 정말 유용한 치퍼를 거부하는 건 어려운 골프를 하겠단 생각이 든다. 골프를 쉽게 하자. 쉽게 치다 보면 더 즐거워진다. 뒤땅의 걱정, 호미질에서 자유롭게 해줄 아이템을 캐디백에 하나씩 넣어준다면 더 이상 어프로치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동반자가 약 올려도, 난 치퍼를 들고 가겠다.
캐디가 "치퍼요?" 몇 번을 물어도 캐디백에 넣자.
어프로치는 내겐 너무 어렵고, 퍼터 하기엔 악조건이 많을 땐 과감하게 치퍼를 들고 가볍게 툭 쳐보자. 치퍼를 들고 OK 받는 나 자신을 상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