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성격 때문에 투자 실패
낙지가 싸다고 잡았다가 체했다.
"사이즈 봐봐. 괜찮지"
아침 영상통화를 받았다. 수산 일을 하는 여자 동기다. 이 친구랑 서로 영통 할 정도로 친근한 사이는 아니다. 전화의 목적을 수산과 내 일의 연관성도 생각하지 못했다. 판장에 낙지가 많이 들어왔다며 너네 쓰고 있는 거랑 비교해 보라고 한다. 평소에 들어오지 않는 물건이라 그런지 약간 흥분한 듯한 목소리였다.
얼른 계산이 나와야 하는데 버벅거렸다. 평소엔 중국산과 국내산 시세를 확인하고 물량을 주문하기 때문에 노트에 기록을 했었다. 그 노트가 없으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7시에 경매에 들어간다고 대답을 재촉한다. 영통이 들어온 시간이 6시 55분이었다. "응? 잠깐만 " 누군가가 가져갈까 싶어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불러줬다. 낙지는 마리를 미로 계산한다. " 300그램에서 500그램 6 미에 사 만원 정도니깐 마리당 육천 오백 원 꼴이겠다. 오천 원만 들어가도 괜찮은데" 확신이 찬 말투로 바뀌며 물건을 잡으라고 했다. "그럼 오천 원에 들어간다." 말하기 무섭게 전화를 끊었다.' 아니 너 마진 생각하고 입찰가를 생각해야지 ' 말해줘야 했는데 그냥 끈다니.
바로 전화가 왔다. " 지금 판장으로 와." 낙찰을 받았나 보다. "단독이야?" 뜬금없이 난 왜 단독이냐고 물었는지 모르겠다. 내 조언대로 입찰을 한 그에게 우쭐대고 싶었나 보다. 얼마나 걸리냐고 다시 묻더니 지금 자기가 가게로 오겠다고 한다. 씻지도 않은 채 옷을 주어 입고 가게로 갔다.
탑차에 낙지 6짝을 싣고 온 친구는 가게 냉동창고 앞에 내려놓는다. "괜찮아?" '잠깐! 내가 구매한다고 했던가?' 아침의 정신없던 상태에서 창고 앞에 내려 논 낙지를 보니 그제야 제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날 매수자로 정하고 단가와 상태, 입찰가까지 산정했던 것이다. 평소에 좋은 물건 있으면 잡아 달라고 했는지 빠르게 과거를 기억해 봤다. 암만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짝당 십이만 오천 원이다. 기존 거래처는 박스당 6 미가 사만 원, 한 짝에 네 박스가 나오니깐... 계산을 했더니 대충 이십만 원은 이익이 되는 것이었다. "응, 좋아 " 물건을 받았다. 5% 마진을 보고 도매 친다며 총입금액을 말해주곤 다른 거래처로 간다. 뭔가에 홀린 듯 지나간 이십 분이었다.
어제 꿈이 좋아서 아침에 돈을 벌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건을 싸게 샀다고 아내에게 자랑하며 계좌와 입금액을 보내주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받는 게 돈 버는 거라며 흐뭇해하며 점심 장사를 준비했다. 좋은 기운 때문인지 점심은 2회전을 하며 바쁘게 지나갔다. "여봉, 봐봐. 투자란 게 이런 거야. 싸게 받아서 수익 내는 거지. 점심도 그 기운 때문에 바빴잖아." 아내는 잘했다며 답지 않게 오늘은 우쭈쭈 아양을 떠받쳐준다.
"사장님 급랭하시더라도 소분해야지 않을까요? " 아내의 말이 맞다. 그렇지. 일이 편하기 위해선 소분해서 급랭하는 게 맞다며 냉동창고로 갔다. 소분하면서 알게 되었다. 실수했다는 것을. 박스가 달랐다. 다른 거래처 사이즈를 생각했다. 최근에 받고 있는 곳은 6 미가 아니라 18 미였다. 그리고 또 알게 된 사실. 우리는 중국산 수입품을 쓰고 있었다. 아침에 받은 물건은 국내산이었다.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를 한 것이다. 볶음요리는 급랭한 중국산이 맛이 좋고, 산 낙지볶음은 국내산 작은 사이즈의 살아있는 낙지가 식감이 좋다. 난 전부 급랭을 해 버렸고, 산 낙지볶음도 하지 않는다.
급한 성격 때문이다. 차분했어야 했다. 사람들이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를 알겠다. 싸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욕심이 앞서서 확인하지 않았다. 내가 매수자라고 못 박았기에 얼떨결에 사야만 했고, 내 계산이 맞다고 의심하지 않았던 게 잘못이었다. 급하게 싼 걸 사려다가 체한 꼴이 된 것이다. 원산지가 국내산이라는 생각만 했어도 절대 받을 수 없는 가격임을 왜 몰랐을까.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건지... 보이지 않았던 건 이미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낙지 경매로 깨닫고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똑같은 실수를 다른 곳에서도 하지 않기 위해서.
보수적이어야 한다.
급하면 실수한다.
이익이 클 때 다시 생각해야 한다.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천천히 노트에 적는다.
모르는 건 아는 체하지 않는다.
지금 결정하지 않는다.
강력한 의견과 침착한 태도를 유지한다.
아내의 한 마디. "잘했어요" 남들은 부동산을 살 때 몇 천씩 떡 사 먹는다며 액땜과 배움의 기회였다고 생각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