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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화선 Nov 03. 2020

정말 몰라요?

브런치가 뭐냐면 프로죠.

"정말 몰라요? "


늘 돌아온다. 도대체 그게 뭐냐고.


"브런치 몰라요?"

"알지, 아침과 저녁 사이의 빵 같은 거" 대부분 여기까지 알고 있다.


난 설명을 한다. "내가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쓸 수 있게 됐어. 그곳은 일반 블로그와 다르게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내가 블로그를 썼잖아. 블로그를 쓰다 보면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글쓰기 하는 사람들이 브런치에 재수, 삼수하면서도 들어가고 싶어 해. 근데 난 한 번에 들어갔다." 똑같은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브런치보다 내가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묻지도 않은 걸 대화 주제로 만들고 브런치와 글쓰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을까 생각을 해봤다. 인정받고 싶었다. 그들이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 내게 보이지 않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오랫동안 날 봤던 사람들에게 마치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슬프게도 지금까지 자랑할 게 없었으니깐.


해병대 타이틀을 가진 친구나 선배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은 선택된 군생활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군대, 대학, 취업조차도 어쭙잖은 것들뿐인 내게 글쓰기를 한다는 사실과 그곳에선 작가라고 불러준다고 강조하며 설명을 했다.


"작가라고?"

열에 가끔 한두 명이 반응 한다. 작가면 책도 썼냐고 묻는다. 여기까진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곳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 알았다. 브런치에선 왜 내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줬는지 그때부터' 내가 작가가 맞나?'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작가란 무엇인가? 책이 출간되어야만 작가라고 불리는 건지.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작가인지 말이다. 무엇보다 이제야 글쓰기를 시작한 내가 작가라고 불려도 되는지 말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준 물음이 자랑을 멈추게 했다.


명절에 두 명의 프로와 골프를 치면서 답을 얻었다.' 골프랑 다를 게 없잖아. 브런치는 2부 리그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작가 신청이란 절차를 거쳐서 브런치에 들어오잖아. 바로 투어로 올라가지 못하는 프로들도 더 많은 건데. 똑같네'


맞다. 세미프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2부 리그에서 시합을 뛰는 골프 프로들처럼 브런치는 글을 쓰고 싶고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2부 리그 선수들도 프로라고 부르는 것처럼 작가 신청을 통해 작가가 되셨다고 축하받지 않았던가. 우승과 1부 리그에 올라가야 하는 치열한 경쟁을 위해 쉼 없이 꾸준히 그들은 연습 한다. 브런치 작가들도 꾸준히 글을 쓰며 치열한 경쟁을 한다. 감각과 꾸준한 경기력을 위해서 1부 리그 선수들도 2부에서 뛰듯, 브런치의 수많은 출간 작가들도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한 것 같다.


그래, 이제 시작했는데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겠다. '작가 맞아요. 책은 없어요. 브런치에서 글을 써요.' 다시 자랑을 해야겠다.


골프를 하는 친구들이 브런치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브런치가 뭐냐면 글쓰기 하는 곳이야. 프로들이 모여있는 곳이지"

쉽게 브런치는 이해하겠지만 날 이해하지 못할 듯싶다.


"네가 진짜?" 이런 반응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글쓰기 프로들이 모여 있는 곳에 나도 있다고 으쓱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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