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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화선 Sep 15. 2020

부모를 울려라.

이제 우리 헤어져요.

부모를 울리라고 합니다.



"도전이 더 가치가 있고 결국 나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나다. 안정적인 삶을 살라고 부모는 말한다. 우리의 가치는 세상이 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정하는 것이다."


저는 어머니를 자주 울립니다. 저 때문에 속상해서 울고 화나서 울고, 울음의 이유는 매번 다릅니다. 반대로 저도 웁니다. 엄마 때문에 내 인생 여기에 묶였다고, 나를 왜 놔두지 않냐며 풀어 달라고 웁니다.


중학교 때 어머니가 이혼 과정에서 농약을 마시려 했던 장면이 자주 떠오릅니다. 옆에 있던 제가 농약을 빼앗아 던져 버렸지요. 아마 그 장면이 엄마와 자식의 관계가 아닌 아픈 상처가 서로를 못 놓아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남편에겐 버림받았지만 아들은 내 곁을 지켜줬다. 저 또한 버림받은 아내의 모습이 너무 선명해 떠나지 못하는 겁니다.


어머니는 식당으로 자식들을 키우셨습니다. 저는 재능도 감각도 없는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수 십 년을 식당을 해 온 어머니랑 살다 보니 식당은 자연스럽게 제 직업이 되었네요. 고등학교 때 철도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어머니는 매일 '기관사가 돼라. 철도 공무원이 돼라' 그러셨죠. 그럴 때면 밖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소리쳤습니다. ' 나도 꿈이 있다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겠다고 술 먹고 깽판을 친 겁니다.  그때 나는 진짜 꿈이 있었나? 아님 반항이었나 생각해봅니다.


공무원이 되라는 것은 안정적인 삶을 살라는 것이었죠. 학교 때 사고를 워낙 많이 쳐서 공무원이 못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반항을 했던 겁니다. 학생 때는 반항을 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왜 반항을 못하고 시골에 남아서 식당을 하게 되었을까? 서로 상처가 치유되지 못해서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애인을 만나면서 제게 집착이 덜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 놔줘야 할 때입니다. 상처에 치료할 용기를 낸 것이죠. 남자를 만날 용기와 상처를 치유할 용기가 어머니에게 도전이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함입니다. 자신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자식이 아닌 본인 임을 깨달으셨을 겁니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지만 도전적인 삶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늘 무언가에 막혀 있었는데 이제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벽이 너무 컸고 깨는 게 두려웠던 겁니다. 어머니가 농약을 마셨을  나이보다 훨씬 더 먹은 지금 '부모를 울려라'라고 말씀해준 스승님에게 감사합니다. 자신의 가치, 도전적인 삶 보다 서로 놓지 못하는 이유를 찾았고 해결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깐요.


소설가 조지 엘리엇이 말합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


이제 그만 우세요. 저도 그만 울겠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각자의 인생을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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