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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ispark Nov 16. 2024

잘 노는 삶을 찾다.

호기심 많은 여행자가 되자

잘 노는 삶을 찾다.

퇴직여행을 마무리하며, 잘 노는 삶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내 인생에는 지금까지 두 분의 멘토가 계셨다.

한 분은 나의 삶을 온전히 관통하며 당신의 삶으로 내게 멘토가 되어주신 나의 아버지이시다. 돌아가신 지 벌써 4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예전에 함께한 시간들 그리고 부모로 때로는 친구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들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건만 당신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여든한 살, 한여름에 나와 함께 이틀 밤을 보내고 홀연히 내 곁을 떠나셨기에 당신의 삶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분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당신과 함께했던 날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그립습니다. 당신은 내게 삶에 대한 많은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또 한 분은 내가 40대 초반 밥벌이의 지겨움으로 내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에  직장 BOSS였던 분으로 처음 떠났던 유럽 출장길에 함께하며 멋진 삶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보여주시고 그렇게 살고 계셨던 분이다. 그분은 내게 열 손가락에 취미를 채운다면 멋진 삶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 내 취미는 등산, 불교, 독서 그리고 원두커피 정도였고, 아내는 사진촬영, 영화 그리고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취미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40대에서 50대를 지나오면서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배움과 익힘에 많은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등산, 불교, 원두커피, 유럽여행, 영화, 뮤지컬/오페라/클래식, 서양미술, 서양사, 신화/종교/철학 그리고 세계문학 등등.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을 쓰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는 날들이 내 40대에서 50대였던 것 같다. 시간을 아껴 쓰기 위해 출퇴근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걸어 다니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거의 집돌이가 되어 책 속에서 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때때로 가족여행. 미술 전시회, 클래식 연주회, 뮤지컬 공연, 영화관 등은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다녔지만 그 이외의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은 주저했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자 했기에 사람들 속에서 나를 찾기보다는 책, 여행 그리고 문화예술분야를 통하여 나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자 했기에 더 힘든 시간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조금은 늦어도, 조금은 시간이 걸려도 괜찮은데 단지 내 삶에 대한 충실함이 중요하다 여겼기에 자신에게 너그러운 삶은 살지 못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퇴직여행은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지금처럼 밥벌이의 지겨운 시간 속에서 내 시간을 쪼개 쓰던 때와는 다르게, 무언가를 많이 갖기보다는 더 많이 비워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존의 좋아하는 것들에 그 깊이를 더하는 시간을 기본으로 아침식사용으로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먹거리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게 내게 필요한 시간의 전부이다, 나머지 시간은 여행자의 시간처럼 그저 흐르는 시간에 나를 맡겨볼 생각이다. 나를 위해서 쓰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나를 위해서 흘려보내는 시간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하면 행복하다” 하는 분들에게 내 시간을 내어 주면서 살아가는 날들이 내게 더 많은 행복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나의 퇴직여행의 62일 중 마지막 2일이 남았다. 60여 일의 시간은 돈을 쓰면서 시간을 따라 흘려가는 시간이었다.

그 길 위에는 두 딸들과 함께하는 10년 만의 가족 유럽여행과 부부의 유럽 자동차 여행, 지인을 찾아 떠나는 남프랑스 여행, 그리고 길에서 만난 퇴직여행자 두 부부도 있었다. 피레네 산맥을 따라 스페인과 프랑스를 넘나들며 파라도르 호텔의 주변의 멋진 풍광 속에서 즐기는 여유도 누려보았다. 그동안 공부했던 스페인 대항해시대 이야기,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피카소, 달리,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자코메티 그리고 마티즈 등의 그림을 찾아 떠나는 미술관 여행, 소도시 성당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 감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이번 60여 일은 우리 부부와 두 딸들에게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되고 추억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으로 내 삶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 동안 수없이 들었던 아내의 말이 떠오른다. “ 와~, 멋있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너무 멋져! “ 그렇게 아내는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을 감동과 감탄으로 행복해하며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려 애쓰는 호기심 가득한 여행자다.

나는 그런 그녀와 함께 여행하며 잘 노는 삶이 더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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