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진 일본어 이야기 -
며칠 전 남편이 감기에 걸렸다. 어렸을 때 편도선수술을 한 덕분에 목은 별로 붓지 않았으나 콧물을 심하게 흘리고 연신 재채기를 해댔다. 평소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사람인데 요즘 들어 가끔 아픈 거 보면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이럴 땐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저녁에 맑은 콩나물국을 끓여줬더니 앞자리가 5에서 6으로 바뀌어가는 남편과 딸의 반응이 똑같다. 국물이 시원하단다.
시원하다! 그날따라 이 단어가 귀에 꽂혔다.
국물에도 날씨에도 성격에도 우린 시원하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럼 일본어에도 여러 상황을 아우르는 '시원하다'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없다)
한국어의 '시원하다'가 일본어로는 어떻게 달리 쓰이는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일본어에도 涼(すず) しい(스즈시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객관적으로 온도가 낮아 시원함을 말할 때 쓴다. 시원한 바람 涼(すず)しい 風(かぜ)(스즈시이 카제) 하는 식이다.
물이 차가워 시원한 느낌이라면 차갑다 冷(つめ)たい(츠메타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冷(つめ)たい 水(みず)(츠메타이 미즈) 시원한 물이라 하고,
마사지를 받아 뭉친 근육이 풀려 온몸이 시원하다라고 할 때는 기분(気持(きも)ち 기모치)를 써서 気持(きも) ちが いい(기모치가 이이) 즉 기분이 좋다 라고 표현한다.
또한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할 때는 소탈하고 시원스러움이라는 뜻의 さばさば(사바사바)를 이용해 さばさばした 性格(せいかく)(사바사바시타 세-카쿠)라 한다.
그럼 콩나물국이 시원하다는 뭐라 표현할까?
음식 맛이 산뜻하고 담백하다는 단어 さっぱり(삽파리)를 넣어 もやしスープ が さっぱりして いる(모야시스-프가 삽파리시테 이루)라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온도가 낮을 때 시원하다(涼(すず)しい 스즈시이)를 쓰는 반면 우리는 몸 안의 무언가가 풀릴 때 시원하다고 표현한다. 그러고 보면 한국어의 시원하다는 온도를 넘어 해소의 범위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로 옮길 때 다양하게 바뀌는 단어는 또 있다. '답답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물리적인 공간이나 심리 상태, 성격 등에 두루 쓰이는 이 말이 일본에서는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공간이 좁아 답답할 땐 きゅうくつ(큐-쿠츠)라는 단어를 쓴다. 예를 들어
この 部屋(へや) は ちょっと きゅうくつですね。(고노 헤야와 춋토 큐-쿠츠데스네)하면
이 방은 (좁아서 좀) 답답하네요.라는 뜻이 된다.
감정적으로 안타깝고 애가 타서 답답하다고 할 땐 もどかしい(모도카시이)라는 단어를 넣어
仕事(しごと) が うまく いかなくて もどかしいです。
(시고토가 우마쿠 이카나쿠테 모도카시이데스) 라 표현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