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비빔밥, 집 나간 입맛 찾기 프로젝트

by 일 시 작

두쫀쿠 열풍이 지나간 뒤 요즘 이것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동네 슈퍼를 가도 친구를 만나도 다 이 음식 이야기를 한다. 냉이, 달래, 삼채 등 해마다 봄이 옴을 알리는 채소가 있는데 그중에서 올해는 콕 집어 봄동비빔밥이라니. sns상에서 왜 이리 떠들썩한 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2008년 인기 예눙프로그램에서 방송인 강호동 씨가 맛있게 먹은 영상이 역주행을 하고 있어서란다. 워낙 맛있게 먹는 분이라 그 모습만 봐도 식욕이 샘솟는다고 생각했는데 십 년이 훨씬 지난 지금 다시 선풍을 일으키는 걸 보면 그 재주가 놀라울 뿐이다.


암튼 비빔밥이라~잘 됐다. 요즘 입맛 없어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던 봄동을 샀다. 부채처럼 넓게 펼쳐진 자태가 너그러운 봄의 향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어디 그뿐이랴.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자란 만큼 영양도 풍부하니 정말 제철식재료가 아닐 수 없다.

이쯤에서 봄동 영양소도 한 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아삭하고 달큰한 봄동은 비타민 C가 많아 피로를 풀어주고 환절기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노화 방지와 세포 손상을 막아준다. 게다가 봄동에 들어있는 칼륨은 불필요한 나트륨 배출을 돕고 칼슘성분은 뼈 건강도 지켜준다. 또 있다. 섬유질이 많아 장운동을 활발하게도 한다. 어렸을 땐 배추나 고구마에 있는 기다란 실 같은 게 자꾸 이 사이에 끼어 먹기 싫었는데 이젠 장건강을 위해 그 실(섬유질)을 찾아서 먹고 있으니 나이를 먹어감은 어찌할 수가 없나 보다.


넓게 퍼진 봄동을 썰으며 비빔밥 만들기를 시작했다.

레시피랄 것도 없지만 나만의 노하우(?)를 담아 '어쩌다 요리' 매거진에 남기고 싶어 만드는 방법을 적어봤다.

1. 봄동의 밑동을 잘라 잎을 한 장씩 떼내어 3회 정도 깨끗이 씻는다.

2. 씻어 놓은 봄동 잎을 반으로 가르고 2센티 정도로 썬다. (유튜브에선 봄동이 입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큼지막하게 썰라고 했지만 난 입안에서 움직이는 봄동이 컨트롤하기 쉬울 것 같아 작게 썰었다. 확실히 먹기 편하다.)

3. 봄동에 간장, 마늘, 고춧가루, 고추장, 참치액, 알룰로스로 양념을 만들어 골고루 무쳐준다. 액젓과 매실청을 넣어도 된다.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면 준비 끝이다.

4. 양푼에 봄동무침과 밥을 넣고 달걀프라이를 얹는다. 이때 프라이를 반만 익히면 밥과 봄동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더 고소하고 녹진한 맛이 난다. 예쁜 그릇은 필요 없다. 찌그러지고 투박한 양푼일수록 그 맛이 배가 되니.

5. 남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없어도 그만인) 나만의 팁을 하나 공개하자면~

갈아놓은 고기를 볶아 고명으로 얹으면 매콤달콤하게 무쳐놓은 봄동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상큼하게 단백질을 섭취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미역국도 곁들여보자. 콩나물국, 뭇국, 된장국 등 여러 가지 국을 끓여 봤는데 이 국이 가장 잘 어울리더라. 단 고기를 넣지 않은 미역국이 더 맛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해 밥과 국이 술술 넘어간다.




며칠 전 무얼 잘못 먹었는지 계속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결국 병원에 다녀왔다. 체했다기 보단 에스트로겐 감소로 소화력이 떨어졌단다. 이 역시 갱년기 증상 중 하나라고. 별게 다 증상이다. 앞으론 소화 잘 되는 음식으로 먹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되뇌며 터덜터덜 걸어 나오다 그날 봄동을 마주한 것이다. 부채처럼 넓게 펼쳐진 자태가 너그러운 봄의 향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고 썼지만... 사실 젊었을 땐 힘 없이 퍼진 넙데데한 배추 같다고 혼자 무시하며 그냥 지나쳤었다. 봄동으로선 영문도 모르는 의문의 일패였다. 이 보물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이제사~..


평소에 많이 먹지도 소화 안 되는 음식을 먹지도 않는다고 아무에게나 항변하고 싶었으나...

내 몸은 그렇게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나 보다.

어느새 내 손은 봄동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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