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
슬기로운 재수생활
쉬지 않고 난 계속 달려가!
겁내지 말고 나를 따라와~
재작년 1월쯤으로 기억한다. 아이가 고3으로 올라갈 때의 일이다.
돌파구가 필요한지도 몰랐던 나에게 화끈한 안식을 준 노래가 그리고 가수가 있었다.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 그냥 그냥~"
이 노래를 처음 들은 나로서는 그냥 웃겼다. 가수 이효리의 곡이라는 것도 몰랐고 이런 퍼포먼스를 처음 봤으니. 내 눈에 비친 심사위원들의 얼굴 또한 그랬다. 입으로는 웃고 있는데 표정은 의미심장하다. 이게 뭐지?!
퀘스천(?) 마크의 여운을 남긴 채 노래는 끝났으나 나의 호기심과 설렘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다시 나를 부른다 라는 취지로 만든 '싱어게인'에서 장르가 30호라는 별명을 얻은 그 가수의 이름은 이승윤이었다. 매주 월요일 밤 그의 열정적인 무대는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이 가수를 통해 난 내 음악취향과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누비는 걸 좋아하고 정형화된 틀보단 새로운 걸 추구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걸 일깨워 줘서 어찌나 감사한지!
그래서 좋아하냐고? 그것만은 아니다.
뛰어난 노래실력과 평소와는 사뭇 다른 무대에서의 눈빛, 표정, 그리고 몸짓으로 새로운 시도를 거듭 보여준다는 것. 이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주위에선 호불호가 갈렸다. 심지어 우리 집에서도.
"난 개성파 중 보수고, 엄만 보수파 중 개성이야"라는 딸아이의 야릇한 반응을 들으며 그렇게 그렇게 고3의 시간이 흘렀다~
30호 가수 이승윤이 다시 내 마음에 들어온 건 아이가 재수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침 7시 반 아이를 학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잠깐 그날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바로 노래를 재생했다. '치티치티뱅뱅'으로 시작해 '게인주의', '도킹', '교재를 펼쳐 봐', '뒤척이는 허울', '달이 참 예쁘다고' 정도를 들으면 거의 집에 도착한다. 사실 중간중간 광고가 들어가 다 못 들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어쩌랴. 내 운전실력이 그리 능숙하지 않으니 이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재수 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부모 특히 엄마의 심신안정이다. 다시 말해 마음 다스리기!
수면 부족으로 인한 몸의 피로와 수시로 밀려드는 불안감 탓에 일상생활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다. 아니 많다. 그래서 난 이승윤의 노래에 심취했다. 자연주의 시 같은 가사를 곱씹으며 열심히 따라 부르고. 때론 수업이 적은 날엔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카페에서 점심을 즐기며 글을 썼다. 이승윤 가수 옆에서~!
그렇다고 긴장과 힘듦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을 비워내고 그 안에 새로운 생각을 담는 데는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승윤 가수도 무명시절이 길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10년이란 무명세월, 적당히 타협했을 만도 한데 본인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리고 그 불안한 시간을 뭘로 채워나갔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가사를 되뇌며 알게 되었다. 지나온 시간을 펜으로 꾹꾹 눌러 오롯이 가사에 담아냈다는 것을.
힘든 시간을 글로 노래로 그림으로 그리고 낙서로 남겨 놓는다는 건 나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일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내 역사다.
TMI : 요즘은 '웃어주었어', '꿈의 거처'를 자주 듣늗다. 다음번 콘서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갈 거다!
* 오늘의 단어는 가수 かしゅ(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