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바라보기 직전 운전면허라는 걸 땄다. 20년이 훠얼씬 지났으나 난 이제 운전 5년 차다. 말이 좋아 5년 차지 주행거리를 보자면 장거리 출장 몇 번 다녀온 정도다. 핸들 잡기 전 도로연수 또한 5회, 5회, 2회, 2회 총 4번을 받았다. 휴~ 겁 많은 성격인 데다 운동신경까지 꽝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고. 울 엄마아부지의 유전자를 원망해야 하나... 이리 오랜 세월이 지나 운전석에 앉았다.
아무튼 사람이 급하면 뭐든 다 한다지!
애가 고등학교땐 주말에만 실어 날랐으나 재수기간엔 하루도 쉬지 않고 대치동을 누비고 다녔다. 밤 10시의 대치동 주변은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수많은 고급차들 사이에서 적잖은 핀잔을 들으며 하루, 상대방 차의 무리한 끼어들기에 씩씩대며 또 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면서 알게 됐지. 차는 휘발유로 달리고 주인장은 (상대방의) 욕으로 인해 강하게 단련된다는 것을!
전진, 후진, 차선변경에 별 무리 없음. 하지만 주차는 꾸준한 연습 요함. 지금의 내 상태다.
근데 요즘 들어 운전을 잘 안 한단 말이지.
어지간하면 걸어가고 걷다 잠깐 멈춰 서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지하철 안에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쏠쏠한 재미에 빠져있고. 그런 주인장의 돌변한 태도에 주차장에서 쉬고 있는 내 애마는 느긋한 척하지만 서운함을 드러내고, 늘 손가락에 끼고 있던 차키 또한 요즘은 가방 안에서 오매불망 주인장의 호출을 기다린다.
글 읽고 사진 찍는 즐거움에 빠졌다고 (나름) 합리화하지만 실은... 한동안 쉰 탓에 운전이 다시 쫌 겁난다.
동전을 던져 선택할까?!
앞면이 나오면 깨끗하게 목욕시켜 동네산책부터 다시 워밍업.
뒷면이 나오면 운전 그만하는 걸로.
나의 용기와 두려움 사이에서 이 똥차(=애마)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는 수요일 점심시간이다. 일단 (오후) 수업시작 전 커피나 사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