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일상
시작과 끝 그리고 끝과 시작!
1년 전의 재수생활 마지막 이야기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이었다.
작년 초 '해야 함'과 '하기 싫음' 더 정확히는 '하기 힘듦' 사이에서 고민하다 이 자리의 주인이 된 친구가 있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에 표정도 마음도 낯설어했었지. 말이 좋아 기대감이지 사실 두려움과 재수 완주에 대한 걱정이 더 컸었다.
3, 4월엔 낯선 환경과 중압감에 기를 못 펴고 5월엔 문제 푸는 방법을 몰라 마스크를 다 적실 정도로 울고. 가을엔 오르지 않는 성적과 본인의 불투명한 현재와 미래가 오버랩되어 또 울었다고. 남몰래 조용히 화장실에서. 이 친구 이렇게 눈물이 많았나 싶었다.
어느 순간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그 액체가 고체가 되어 굳은 심지로 바뀌어 마음에 자리잡았단다. 난 '눈물로 씻겨진 눈동자는 맑고 깊다' 라는 내 인생달력의 문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옆에서 이 친구와 뚜벅뚜벅 길을 걸었었다.
수능이 끝나고 짐도 정리할 겸 학원에 따라갔었다. 책상 앞에 붙어있는 마음다짐 메모지와 영양제, 간식 등이 무사히 잘 끝내고 온 주인을 맞이해줬었다. 심지어 사물함도.
0에 맞춰진 사물함의 다이얼이 아직도 내 기억에 선명하다. 그러고 보면 숫자 0은 끝인 동시에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때 난 숫자 0 위에 새로운 비밀번호을 정해 너의 길을 가라고 말했었다. 친구에게.
그리고 벌써 일 년.
요즘 전공선택의 갈림길에서 또 다른 인생공부와 고민을 하고 있다.
있잖아~
이것만 끝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지만 실제로 삶은 시작과 끝이 수없이 반복되는 게임인 것 같다.
유행을 타지 않는 게임
때론 패자가 되기도 하고 때론 승자가 되기도 하는 게임
내가 겪는 모든 과정이 아주 소중한 진실된 게임
그런 게임 말이다.
*오늘의 단어는 눈동자 ひとみ(히토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