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의 주문 -
차곡차곡 일상
잠시 작년 이맘때로 돌아가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수능 한 달 전.
(오늘은 수능 이틀 전이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아이의 얼굴에서 불안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 감정을 달래주기 위해 밤마다 동네를 도는 것뿐이었다. 그저 바라만 보고 눈치만 보며 빙글빙글.
그날도 밤 10시 반, 늘 다니는 동네이거늘 우연히 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 특수광택
잔 스크래치를 제거하고 색상을 선명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지. 바로 이거다!
불안함과 긴장감이라는 잔걱정(잔걱정이란 단어를 썼으나 사실 무지하게 큰 걱정이었다)을 제거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필요한 주. 문. 그날부터 우린 마음과도 비슷한 까만 하늘과 달님을 바라보며 '특. 수. 광. 택'을 외쳐댔다. 마치 마법을 거는 것처럼.
어느새 일 년이 지났고 오랜만에 그 가게 앞을 지난다.
온마음을 다해 주문처럼 외웠던 특수광택이 지나가는 행인(=>나)을 반겨준다. 무뚝뚝한 빨간 필체가 오늘따라 참 반갑네.
근데 다시 보니 유리막코팅도 있고, 디테일링세차, 가죽코팅도 쓰여 있다. 왜 하필 난 그때 특수광택을 골랐을까? 소소한 궁금증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큰일을 앞두고 있을 때, 또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저마다 뚫고 나가는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나는 힘이 나고 강렬한 그러면서도 생뚱맞은 문구를 택해 중얼거린다.
'특수광택'처럼~^^
P.S. 모레가 수능날입니다. (사실 시험 보는 이 없으면 아무 날도 아닙니다만) 수험생은 떨리고 부모 입장에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죠. 다행히 날씨가 아량을 베푼다 하니 모두들 긴장 덜 하고 시험 보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오늘의 단어는 주문 じゅもん(쥬모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