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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예술작품인가? 무의식적
행위인가!

- 피곤해서 아무렇게나 -

by 일 시 작
슬기로운 재수생활


일주일 후면 9월 모의고사였다. 작년 얘기다.

오랜만에 잠시 일 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다.




6시 10분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어서 밥 먹고 학원 가자는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고요 속의 외침이다.


아이는 큰 눈을 반만 뜬다. 나의 표정을 스캔하고 2분을 뭉기적거리다 기상한다. 더 이상 잤다간 한소리 듣겠다 싶은 모양이다. 대충 씻고, 입안에 과일을 가득 채우며 이것저것 준비 후 식탁에 앉기까지 십 분도 채 안 걸린다. 가히 LTE급이다!

종종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 게 귀엽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쓰럽기도 하고...


근데 안쓰러운 건 딱 여기까지다.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나름 조준을 잘한다 생각하겠지만 휴지며 영양제 용기며 휴지통 주변에 즐비하다. 딱 양궁 과녁의 8~9점 라인이다.


내 시선이 옆 방을 향한다.

오늘아침은 작품을 만드셨네!

아기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무의식적으로 만든 예술품이겠으나 그 창의성에 조명으로 찬사를 보낸다. 아낌없이.


어떤 이는 겸연쩍은 마음에 어떤 이는 어이없어 그저 웃는다. 푸하하.

남은 기간 짧으면서 길다는 양가적인 감정으로 매일을 맞이한다.

이렇게 웃으며 ^~^




작년엔 9월 모의고사가 8월 31일이었다. 8월에 웬 9월 모고 하며 씩씩댔던 기억이 난다. 조금씩 수그러드는 더위와 반비례하여 아이의 스트레스는 점점 더 올라가고.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잠시나마 웃게 해주는 것이었다. 쓴웃음이라도 찡그리는 것보단 낫더라. 확실히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된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올해 9월 모의고사는 다음 달 6일이다.

더위와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 복잡한 요즘이다. 안쓰러운 마음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달래줄 한마디 말과 무던한 행동이 그래서 더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도 정말 고생 많았다 내 새꾸~"

+ 궁뎅이 토닥토닥


* 오늘의 단어는 작품 さくひん(사쿠히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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