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음식을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다. 아부지의 술 유전자는 넉넉히 받았으나 엄마의 요리 유전자는 그에 비해 덜 받은 느낌이다.
멸치볶음이나 콩장조림 같은 밑반찬도 딱 한 끼 분량만 만든다.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그러니 매끼마다 거의 새로 만든 음식들이다. 주변에선 이런 나에게 (음식도 잘 못하면서) 일을 사서 한다고 한다. 따끈함은 있지만 다양함은 없고 신선함은 있지만 맛은 보장할 수 없는 정성과 솜씨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고나 할까?
그런 내가 요즘 아니 이제사 관심 있게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편스토랑. 그중에서도 어남선생의 요리를 몇 번이고 돌려본다. 돼지고기 마늘바베큐, 부대찌개, 떡볶이 등. 야물딱지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 딱이다. 집에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만드는 법이 간단한 데다 그대로 따라 하면 맛도 아주 훌륭하다. 그중 바싹 불고기는 나의 최애템이 되었다.
결혼 29년 차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나의 불고기는 신혼 때의 맛과 다름이 없었다. 아낌없이 재료를 넣는데 어쩜 그리 맛이 한결같은지 원. 불고기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자신감이란...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어남선생의 바싹 불고기 덕분이다. 잠시 자랑삼아 설명하자면~
1. 고기를 다진다는 느낌으로 잘게 썬다.
2. 거기에 진간장과 설탕 마늘 후춧가루를 넣는다. 굴소스와 참기름도 약간 넣으면 맛이 더 살아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3. 양념이 들어간 고기를 떡반죽하듯 마구 치댄다. 많이 치댈수록 맛이 깊어진단다.
4. 종이호일에 한 줌씩 떼어낸 불고기를 얇게 편다.
5. 중불로 팬을 달군 후 오일을 살짝 두르고 2분씩 앞뒤로 굽는다. 종이호일이 덮여있어 기름이 튀지 않는다.
6. 종이호일에 빈대떡처럼 자리 잡은 (나머지) 고기들은 켜켜이 쌓아 냉동실에 보관한다.
어제 낮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씩 불고기를 빵에 끼워줘야겠다는. 일명 불고기버거다.
양상추를 썰고 치즈도 자르고 모닝빵을 구워 케첩을 발랐다. 그 위에 수제패티를 살짝 얹고 다시 빵으로 마무리. 완성~ 엉성한 비주얼의 모닝빵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다음번엔 재료를 좀 더 정돈해 꼭꼭 눌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이 불고기버거 깊은 맛이 있네!" "느끼하지 않고 완전 맛있다"
라는 긍정적인 반응에 은근 입꼬리가 올라갔다.
음~ 이제껏 내가 만든 불고기와 차이점이 뭘까 생각해 본다.
재료는 비슷하나 디테일함이 다른 것 같다.
많이 치대고 얇게 펴고 온도에 맞춰 적절한 시간을 굽는 것. 별 것 아닌 한 끗 차이의 섬세한 행동들이 맛을 좌우하는 게 아닌가 싶다.
편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맛있는 레시피를 알려주는 어남선생 덕분에 요리의 신세계를 맛보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