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 시 작 Jun 10. 2024

숙성

-  한 편의 글 완성에 필요한 시간 -

차곡차곡 일상


시각 : 아침 9시 반

장소 : 우리 집

행위 : 물 마시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 끄적임

결과 : 숙성된 글 하나

의미 : 나의 세계를 표현


이 시간이면 큰 최 씨는 회사에 작은 최 씨는 학교에 가고 빨래며 청소 같은 거국적인(?) 집안일도 얼추 마무리된다. (오늘처럼) 일 하러 가지 않는 날엔 내 생각을 끄적일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우선 이승윤가수 노래를 5곡 정도 들으며 워밍업을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찍은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느낌이나 감정들을 되짚어본다. 그중 어떤 것은 내 칭찬일기에 넣어놓고 어떤 것은 브런치로 갖고 온다.


잠시 딴 얘기를 해보자면~ 작년 12월 8일에 시작한 칭찬일기를 하루도 안 밀리고 계속 쓰고 있다는 것. 소소한 자랑이다 하하. 처음엔 나를 칭찬해 주자는 의미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칭찬보단 누구와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으며 내 생각과 기분은 어땠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또 수업시간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등을 써 놓는다.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요즘 며칠 후 읽으면 나의 동선이 보이고 뭔가 서사가 있는 것 같아 은근 뿌듯하다. 당분간 그냥 계속 써보련다. 아무튼~


제비가 먹이를 물어와 새끼를 기르듯 나는 글감을 물어와 한 자씩 톡톡 두드리며 글 하나를 키워간다. 아기새가 꼭꼭 씹어 먹는지 확인하는 어미새처럼 나도 맞춤법과 단어 문맥 등이 적절한지 확인한다. 그리고 아기새가 커서 훨훨 날아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어미새처럼 나 역시 한 편의 글이 어딘가의 에서 잘 지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다.


뭐 대단한 걸 쓰는 건 아니지만 이때만큼은 혼자 오롯이 상상의 나래를 펴며 북 치고 장구 치는 행위(?)를 한다. 훌쩍 지나가는 이 시간이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유다. 그렇다고 쓰고 나서 바로 발행을 누르냐면 그건 아니다. 김치에 익는 시간이 필요하듯 잠시 글을 놓아둔다. 그 사이 점심도 먹고 저녁준비도 한다(손이 느려 집에 있는 날엔 저녁준비를 일찍 하는 편이다). 그리고 다시 글을 꺼내오면 여지없이 오탈자며 부자연스런 흐름이 보인다. 놔두길 잘했다고 혼자 좋아하며 다시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잘 익은 김치를 맛보듯 문장을 맛본다. 이런 숙성과정을 거친 나의 글이 맛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발행!


P.S. 얼마 전 꿈에 그리던 이온작가님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님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으신다며 숙성이란 말씀을 해주셨다. 이온작가님과의 인연이 오래 이어지질 진심으로 바란다. 이 또한 숙성과정을 거치며~


* 오늘의 단어는

숙성 じゅくせい(쥬크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