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문화 혁신 크리에이터_소통하고, 배우기 위해서 씁니다
'A대리는 올해 과장 승진해야 하니 A+, B 주임이 이번에 D+로 가고 나중에 밀어주면 되겠지'
'경험이 실력이니 연차대로 점수가 나가면 공정한 거겠지'
이것은 어떤 기업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성과평가의 과정들입니다. 주로 각 조직의 팀장이라고 하는 인사 평가자들이 팀 구성원의 점수를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평가에 따라 다음 구조조정에서 1-2년 차 사원급이 회사에서 나가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리포트+] 성과관리제는 엉터리.."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성과평가는 오랜 시간 동안 경영학의 화두였습니다. 최근에는 조직 철학의 근간으로 여겨질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어지면서 성과평가의 효용에 대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과평가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회사가 실제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는 누가 보상받으며, 누가 승진하고, 누가 해고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정직, 소통 존경, 탁월함 등 귀에 듣기에 좋은 가치 헌장을 회사 로비에 붙여놓고 있다. 리더가 감옥에 갔으며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엔론이 그랬다. 이 회사 로비에는 정직, 소통, 존경, 탁월함이라는 가치가 붙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치는 엔론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게 아니었다.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이라는 슬라이드 자료에서
넷플릭스의 자료는 성과평가의 본질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과평가는 '회사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직접적으로 나타내 주는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정직함이라는 가치를 회사의 근간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정직한 방법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직원이 보상을 받고 승진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도 정직함이 정말로 중요한 가치인 거라고 믿지 않겠지요.
그러므로 성과평가에 대한 '공정함'은 회사의 구성원들이 회사의 핵심 가치를 믿고 이에 따라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것은 이러한 성과평가를 '공정하게' 해내는 것입니다. 특별히 개개인이 회사에 끼친 영향을 공정하게 분석하는 것은 어려움을 넘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관리자도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고려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성과평가는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체계화된 구조를 세팅하는 문제이기보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어떤 회사에서는 연차대로 성과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조직 문화적으로 가장 반발이 적은 해결책이기 때문에 계속 활용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 선에서 머무르는 것은 조직 경쟁력 측면에서 리스크가 많습니다. 회사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표현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조직 혁신을 위한 성과평가는 어떤 점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 검토해볼까 합니다.
- 투명성
성과평가를 통해 조직의 구성원은 자신이 조직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과평가의 과정과 기준, 결과가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성과평가의 기준과 과정, 결과를 모두 알기 어렵다면 구성원들은 회사가 자신을 적절하게 대우하고 있는 것인지 알기가 어려울 것이고, 그만큼 인재의 이탈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과평가는 가급적 투명한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투명한 평가 공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 위화감 조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점입니다.
- 성과의 측정 가능성에 대한 고찰
한 개인의 성과를 정말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영업 담당자는 고객을 발굴하고, 이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고,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뿐일까요? 이 모든 일을 잘 담당하기 위해 경영지원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감사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면 프로젝트의 성공은 누가 잘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요? 많은 조직에서 영업을 중시하여 영업부서에만 집중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영업 뒤의 많은 운영들을 책임지는 조직들이 없다면 영업은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부서에만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일견 타당치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기여의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많은 기업들이 차선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개인의 과업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기여를 측정하는 방식, 회사의 수익에 따라 인센티브를 연동하는 수익 공유(profit sharing) 방식,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의 정도를 참여자들이 협의하여 결정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편들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회사 내부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많은 조직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데에 개인의 역량보다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개개인이 기여한 바에 대해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일이 많은 사람들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개인성과 평가방식은 오히려 팀워크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팀 전체의 협력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팀의 성과와 보상 구조를 연동하는 편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물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개인에 대한 인정도 때로는 필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구성원의 역량 개발
성과평가는 구성원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의 본질은 역량의 개발을 돕기 위함입니다. 성과가 좋지 않다는 점에 대한 피드백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 조직이라면 구성원의 이탈을 부추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에는 상위 5%의 성과를 보이는 구성원이 하위 5%의 성과를 보이는 구성원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다면평가
많은 기업에서 성과평가가 한 사람의 평가자에게만 달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부정의 소지나 편향된 판단의 소지는 커질 수밖에 없겠지요. 가급적 많은 정보를 가지고 평가 결과가 공정하게 인정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팀원들이 함께 서로를 평가하거나 한 사람의 평가를 인사 위원회에서 재평가 및 조정하는 여러 가지 방식의 다면평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자발적으로 내부 합의된 평가 기준
위에서 성과평가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성과평가란 내부 구성원을 위한 것이고, 조직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성과평가 기준은 반감을 사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구성원이 회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 자발적인 분위기에서 합의된 평가 기준들이 필요합니다. 평가 기준들을 만들고, 만들어진 기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재평가하는 과정은 평가의 공정성을 제고합니다. 평가의 방법은 객관적일 수도 있고 다면적일 수도 있고 합의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공정하다고 생각할 만한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만약 조직의 구성원들이 불만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지 않고,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고, 같은 목표를 향해 자발적으로 뛰게 만들고 싶다면, 단순히 명령하고 지시하기보다 상호 협의에 기반한 공정한 성과 평가 제도를 만드는 편이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 만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