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륙도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에 대한 뉴스가 시시각각 강도가 높아 지고 있다. 초기엔 중증 호흡기 질환의 유행양상을 보도 했다면 지금은 복도에 쓰러진 일반인이나 처리하지 못하는 시체들 사진이 올라 오는 등 점차 괴질 이야기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이렇게 공포감을 확산시키게 하는 데는 객관적으로 감염자과 사망자수가 급증하는것이 한 몫하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발표된 정보로 보면 중국 내 바이러스 확진 감염자수는 400명을 넘고 있다. 감염확인은 바이러스 동정이 된 사람을 기준으로 하므로 감염이 추정되는 의심 증상자들이 확진된다면 그 수는 훨씬 증가할 것이다.
25일 토요일까지 집계된 사망통계는 마지막 하루사망자수 15명, 총 누적 사망자수는 41명이다.
과거 사스가 사망률이 10% 수준이었는데 우한의 코로나도 현재까지는 사스와 비슷한 10%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한코로나 사망의 대다수가 고령, 기저질환자였다면 이번에 추가된 36세 젊은 남성의 사망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통해 병독성(virulence)이 증가한 것이 아닌가하는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당국은 감염의 확산을 막고자 내륙 중국지역을 봉쇄시켰고 삼천만 중국인의 설 귀성행이 막혔다. 무엇보다 우한시는 도심속 지하철, 버스 같은 공공교통까지 운행정지를 고려하고 있으니 현재 바이러스의 확산속도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하게 한다.
호북성 우한시
우한은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도시는 아니다. 중국 내륙에 있는 후베이(호북)성의 수도로 인구가 천백만명이다. 서울인구가 구백만명이니 우한을 일개 지방 소도시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인구 밀집도시다 보니 일차 수비망을 뚫고 바이러스가 파급될때의 그 위력은 어마어마 할것이다.
벌써 우한이외의 지역에서 사망건이 세 건 집계되었다. 하나는 같은 후베이성의 다른 시, 나머지 둘은 북경이 있는 흐베이(하북)성 그리고 헤이룽장성인데 헤이룽장은 우리에게 친숙한 바로 그 흑룡강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두명이 감염확진 판정이 났다. 마지막 확진자는 우한에서 근무하다 22일 저녁 한국으로 입국한 55세 남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외에도 미국,일본, 대만 태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각국에서 산발적으로 확진판정이 나오고 있다.
괴질(Disease X)의 탄생
코로나 바이러스는 원래 돼지, 조류, 개나 고양이에게 발견되는 수인성 바이러스다. 그런데 이들이 알수 없는 돌연변이로 신종으로 변신한 후 인간에게 갈아타는데 이를 점프(jump)한다고한다. 이렇게 점프해서 인간에 올라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이번 우한의 괴질질까지 합쳐 총 7번의 점핑이 일어 났다. 대부분 독감의 형태인데 가장 잘 알려진 악질 두가지가 바로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이다. 이번 우한의 괴질은 우한 사스라고 이름 불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공식적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명명해 부르고 있다.
원래의 평화로운 공생을 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왜 동물숙주에서 탈출해 인간이라는 새숙주로 갈아타는지를 설명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다. 분명한건 점핑이라는 것이 수천개의 돌연변이 허들을 넘어서야 하므로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점핑이 어려워도 동물과 사람이 인위적으로 접촉이 빈번해지는 특수공간을 만들어 준다면 그 어려운 허들도 넘길수 있다. 2002년 사스와 그리고 이번 2020년 우한의 신종코로나가 그것이다.
2002년 사스는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먼저 발생했다. 이번 우한도 역시 다르지 않다. CNN에서 입수한 우한 시장의 사진에는 정말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비정상적인 루트로 거래되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뱀, 너구리 노루, 고슴도치 들이 어떤 용도로 구매되는 걸까, 애완?
우한시장에서 팔리던 각종 야생 동물
게다가 더욱 문제는 비위생적인 도축이 주위에 같이 병행된다는 것이다.
웨이보에서 삭제된 비위생적 도축 영상
아무리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이탈이 가능한 점핑 준비 상태가 되었다 한들 주변에 올라탈 인간이 없다면 말짱 꽝이다. 그런데 우한시장은 적극적으로 각종 진귀한 동물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이들을 맨손으로 도축하고 그 체액이 주변에 산재해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밀집된 오염지역을 헤집으며 장을 보았다.
그어렵다는 점핑의 확률이 인간이 만들어놓은 기회의 사다리를 통해 쭉 올라가는 특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괴질의 확산에 시민은 정부에 분노
사망자가 급증하고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오며 우한 사태는 괴담의 형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 지방정부의 대응이 늦어 감염병유행을 제어하지 못해 사건이 악회되었다며 분노하고그리고 현상태를 컨트롤하지 못할것이라는 불신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군중의 공포와 분노는 투사할 특정 목표가 필요하다. 이 목표는 감염병을 제어할 일차책임이 있는 정부가 타겟이 된다.
감염병이라는 민감한 사안은 언론이 통제되고 중앙의 관리가 심해 자율적인 행정관리가 어려운 중국에서 초기 신속 대응이 어렵고 문제를 키웠을 수도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변종 바이러스 괴질이 발생하면 아무리 빠른 정부라도 정말 한 두명내에서 감염자를 스톱시킬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성인남녀라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스치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부대끼는지 세보기는 것도힘들다는걸 알 것이다. 지하철에서만해도 옆에서 이름 모를 이가 옆에서 재채기를 하고 그 옆에선 마스크 없이 숨을 쉬고 장갑끼지 않은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바이러스 감염자가 인구가 밀집된 곳에 걸어 들어가면 슈퍼전파자(Super spreader) 되는건 한 순간이다.
우리나라의 메르스사태는 바이러스 유입원이 외국이라 공항만 제대로 막으면 되지만 우한은 불특정다수가 모여드는 시장이 진앙지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우한같은 대규모 야생동물 거래시장에서 수인성 바이러스가 돌발유행한다면 과연 우리라고 중국과 달리 신속한 초기 대응을 자신할 수 있을까?
누구라도 이번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며 중국정부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어짜피 중국도 이번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메르스 이후 달라진것 처럼 이전보다는 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신속하고 정교해 질 것이다.
다만 지금 당장 우한 사태에서 중국정부의 질병관리의 질수준이나 처리방법에만 집중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시무시했던 2002년 사스가 야생 동물 거래 시장에서 시작했었는데 이 후로 그 시장의 환경은 하나도 변화지 않았다. 그때의 교훈은 18년이 지난 지금 다 잊혀졌다.
식생활은 문화라고 주장해서 남의 나라 음식취향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면 할말은 없다. 우리나라도 보신을 위해 흑염소도 먹고 개도 먹고 자라도 먹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귀동물의 알수 없는효능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산해진미를 잊지 못해선지 규제가 없는 야생동물시장은 여전히 번성하고 있다. 동물보호의 마음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건강효과가 입증된 바 없는 야생 고기를 먹는 것이나 비정상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을 안고서도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핑하는 환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거라 생각하는데 중국은 이번 우한 신종폐렴을 계기로 어떤 교훈을 얻을까.
안타깝지만 일단은 코앞에 닥친 바이러스 유행을 제어하는것도 버거워 보인다.
덧, 중국발 미세먼지로 괴질이 이동한다?
회사 동료가 마스크를 써야하지 안겠냐며 심각하게 고민했다. 바이러스가 공기중 흐름을 타고 전파할테니 요즘같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때는 잘못하다간 신종코로나에 걸리는거 아니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했다.
물론 마스크는 미세먼지도 막고 바이러스가 포함된 기도분비물을 막는데 요긴하다. 하지만 중국발 황사를 타고 바이러스가 한반도로 넘어온다는 시나리오는 괴담이다. 바이러스는 건조한 공기 중에 장기간 떠다니며 대륙을 건너다닐 수 없다. 감염자의 몸에서 바이러스가 증폭되면 체액에 다량 포함되어 있다가 기침을 통해 스프레이처럼 분무된다. 이를 근거리에서 직격탄을 맞고 흡인하하거나 또는 그 체액이 남은 손잡이나 물건을 만지면 접촉을 통해 몸으로 바이러스가 넘어와 감염이 된다.
호흡기바이러스의 감염경로
그외 재채기를 손으로 막고 그손으로 문을 열고 악수하고 하는 등 모든 일상의 밀접접촉에서 바이러스는 전달된다. 몸밖에 나온 바이러스의 생존시간은 최대 하루 정도로 본다.적어도 아무도 없는 동네야산에서는 마스크 벗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지금처럼 중국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시즌에는 가급적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게 가장 안전한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