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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Apr 16. 2021

돈이 녹아 내린다

아껴둔 내 돈 어디갔나

벼락거지의 변명


난 주식을 하지 않는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지 못하는 내가 그 회사의 미래에 돈을 뭍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모르고 시작했던 첫 펀드가 -24%를 찍은경험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위험 회피본능때문인지 모르겠다. 비록 남들은 주식으로 돈더미에 올라타고 특별히 한거 없이 나만 상대적 거지가 될 지언정 떼 돈 번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식해서 돈을 잃은 사람을 보며 반면교사했고 뚝심있게 안쓰고 모은다는 전략을  유지했다. 그런 뚝심의 근거는 절대가치를 가진 현금을 꽉 움코 쥐고 있으면 내 자산을 지킨다는 믿음이다.


은행의 이자가 3%에서 2로 떨어지고 이젠 1도 간당간당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월급을 몽땅 예금에 들이 붓던 그 철썩같은 믿음이 한순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나와 별 상관없는 집값상승 덕분이다.



모든 것이 비싸졌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부동산 유리창의 매물 가격을 보았는데 내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우리동네 아파트 값이 4년전과 비교해서 거의 두배 넘게 올라 있었다. 매일 같은 길을 지나는데 그날따라 집 값이 가슴에 팍 꼿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가치가 비교되기 시작했다.  


"내 월급은 매년 4.5% 정도 올라서 4년 동안 19.2%가 상승했는데 이 아파트는 4년간 무려 200%... 왓더..."

 

내 가치는 회사 근무기간동안 업무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쌓였으니 월급 올라간 만큼 성장했다고 자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아파트는 뭘 그렇게 열심히 했나 암만 생각해도 떠오르는게 없다.  4년 동안 창의적인 발전은 도 없는데 세월의 풍파에 문은 틀어지고 보일러는 고장나고 누가봐도 매일매일 낡아지는데 열심히 노력한 나보다 인정받고 있다. 마치 시간이 흐르면 숙성되는 와인마냥 아파트의 가치는 거의 연평균 20%이상 올라간다.

살고있는 집 값이 올라간 것이 자산증식이나 투자 성공이 아니다. 집을 팔아 돈을 챙길 계획도 없거니와 판다 한들 다른 집들도 똑같이 다 올라서 판돈을  새로 살 집에 고스란히 붓고 돈을 더 넣어야할 판이다.


부동산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하니 아파트 가격만 특이 하게 올라갈 수 도 있지만 공급만이 가격떡상의 유일한 문제가 아닌것 같다. 아파트만 가격이 올라간 것인가?  핵심 소비처인 의 식 주 전체의 가격도 한번 보자.  식당에서 내가 즐겨먹는 메뉴의 가격은 매년 천원, 이천원씩 오르는건 기본이고 농산물, 곡물, 가공식품 등 식자재 전체가 올라 돈 3만원으로는 장바구니에 몇개 못담는다. 명품옷을 사는 것이 아님에도 10만원으로 위아래 새옷으로 걸치는 건 욕심이 되었다. 의식주 세 요소 모두 몸 값이 올랐고 상승율을 계산하지 않았지만 그 수준은 2%를 가볍게 넘기는게 분명하다.   


몸값을 매기는 척도는  바로 돈이다. 모두의 몸값이 올랐다는 건 다른 모든것이 잘나서 이거나 아니면 돈이 못나서 둘 중 하나다. 참 우연히도 한번에 의식주 모든 것이 가치가 올랐다고 해석하는 것보다 '돈'의 몸값이 떨어졌다고 보는데 더 깔끔하고 명료하다.  


돈 가치가 떨어졌다는 건 부정할 수 가 없다.



 문제는 희석되는 돈


모든 가격이 올라가면 돈이 조금 '더'  많아서는 부자가 되지 않는다.

월급을 5% 더  받았는데 물가가 10% 올라가면 월급이 5% 감소한 것과 마찬가지다.

물가가 올라가는 만큼은 돈을 더 가져야 겨우 똔똔을 맞춘다.


물가가 올라가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흔히 말하는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의 정의: 통화량이 팽창하여 화폐 가치가 폭락하며 물가가 계속적으로 등귀하여 일반 대중의 실질적 소득이 감소되는 현상


순하게 보면 돈은 많을 수록 좋을 것 같다. 하늘에서 돈다발이 우수수 떨어지면 모두가 부자가 될거 같지만 문제는 나게게만 떨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거리에 돈다발이 넘처 발길에 채이는게 돈이라면 그거 몇장 낸다고 상점에서 물건을 내줄리 없다. 돈이 넘처나게 되면 빵하나를 사는데 돈을 수레에 싣고 날라야 한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일차세계대전 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실제 일어났다.

바이마르 공화국과 하이퍼인플레이션

일차세계대전 패전국으로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갚아야 했던 독일은 전략적으로 마르크를 막 찍어내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작전이 잘먹히는 듯했지만 경기침체가 시작되었고 통화량 증가를 눈치챈 국민들이 가치가 낮아진 마르크를 들고 있기보다는 실물과 바꾸려고 앞다투어 시장에 던져버렸다. 그 결과 물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발생했다.


  지금 우리 상황이 초인플레는 분명 아니지만  돈의 가치는 일반인인 내가 느낄정도로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과장을 조금 덧붙여 비유하자면 작년에  5천원으로 오이를 5개 샀는데 이제 3개 밖에 못사니 내 돈 천원이 오이 한 개에서 3/5개로 잘려 나간셈.


대한민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2021년 3월 1.5%라고 했다. 2%미만이면 인플레이션이 없다고 본다는데 정말 그런가? 식료품 인플레이션만 8%이고 내가 사고 싶은 모든 것이 다 가격이 올랐는데. 아니라면 아닌거겠지만...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


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통화량 증가 밖에 없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의 통화량 확대

돈을 만들어 유통하는 시스템은 중앙은행이 관장하고 중앙은행은 대부분 정부소속이다. (예외적으로 미국 연준(FED)은 사기업이다.) 따라서 돈이 많아지는 것은 우연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의도를 가진 정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럼 정부는 왜 돈을 과도하게 찍어 내는가?

 

통화정책, 재정정책, 경기부양이니 하는 전문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므로 그냥 경제에 무지한 일반인으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말해 보겠다.   


경제적인 용어로 양털깍기라는 말이있다. 유대계 거대자본이 규모가 크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집중투자를 하고 경제성장(주가상승)을 일어나면 의도적으로 다시 자본을 단기간에 모두 회수해서 위기를 일으키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저평가받은 기업, 부동산을 다시 싹 쓸어 담아 이익을 챙긴다고 해서 양털깍기에 비유한다. 이 음모론은 우리나라가 겪은 IMF위기를 설명하는데도 쓰였다.


인플레이션이 그 양털깍기와 유사하다. 인위적으로 돈을 대량 주입하면 경제가 성장한것처럼 자산 가격이 오른다. 그렇게 양털처럼 풍성하게 자란 자산가치를 누군가는 양털을 깍듯이 잘라간다. 양털이 깍인 앙상한 양들이 바로 같은 금액을 들고도 살게 적어진 벼락거지들이다.


누가 양털을 깍아가는가. 내가 깍아간다고 손드는 사람은 없지만 이 상황에서 이익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손에 바리깡이 쥐여 있을 확률이 높다.

인플레이션으로 손해보는 사람은 현금을 움켜진 저축근로자,  확정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  월급노동자, 등등 경제전반이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의 승자는 확정 장기 저금리로 빚내서 사업하는자, 공공부채로 대규모 사업하는 자(정부), 올라간 자산가치의 일정액을 세금으로 걷어가는 자(정부), 땅주인, 건물주, 실물자산가 등등이다.  이들 중 심지어 돈을 찍어낼 능력까지 가졌다면 그가 바로 엑스맨이다.


피자 도우가 부족하다고 2배로 밀면 그 피자가 커지는거 같아도 도우가 2배로 얇아져 먹어도 배고파 질 뿐이다.  돈이 많이 풀려 경기가 띄워질거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희석된 가치를 만회할만큼 더 채우기 위해 돈을 튀기는 주식에  베팅하거나 가만히 앉아 거지가 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극단적인 해석일 수 있지만 눈앞에서 돈이 녹아내리는 상황에서 누구든 음모론에 빠질 수 밖에.



스마트 머니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돈(Money)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는 가치의 보존이다. 인간이 경제 활동으로 축적한 가치는 안전한 저장수단(vehicle)에 담겨 보존되고 필요할때 다시 교환하거나 다음 세대까지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 화폐(Currency)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인정받은 돈의 운송수단이다. 그런 화폐를 막 찍어내면 가치는 떨어지고 돈(절대가치)으로써의 기본 신뢰는 깨진다.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으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하면 자유시민은 더이상 화폐에 자산가치를 태우지 않고 새로운 수단으로 갈아 탈것이다.  


화폐(Fiat currency)에 실망한 스마트 머니는 끊임없이 이탈하고 있다. 이들이 가는  방향은 일부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귀금속, 원자재같은 실물자산에서 심지어 가상화폐까지 다양하다.



무엇이 더 위험한가

누군가 크립토(가상화폐)는 도박이고 매우 위험한 투자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한시간에 10%가 와장창 폭락하기도하고 원금에 대한 보장같은 보호도 없다. 연준의장 제롬파월과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은 입만 열면 가상화폐가 내재가치가 없어 하룻밤새 가치가 풀썩 꺼질거라고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말이다. 하룻밤에 10%떨어진다고 그렇게 난리쳤던  비트코인은 2009년 유통되기 시작한이후 계속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난 일년동안의 가치는 800%(8X) 상승했다.


가만히 앉아서 매년 10%이상 가치를 까먹는 화폐가 800% 상승한 가상화폐에게 "너는 내재가치가 있니 없니"하며 놀릴 상황은 아닌거 같다.


화폐 역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며 내재가치 따위는 없다.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끼리 경쟁할때 승부처는 희귀성(Scarcity)이다. 필요할때 마다 찍어내는 화폐와 총발행량이 2천백만개로 정해진 비트코인과 비교해 뭐가 더 희귀한가. 비트코인의 승승장구는 과거 튤립 폭등(tulipmania) 같이 비정상 투기산물로 치부하지만 실상은 화폐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반영한다.

단 6개월만에 꺼진 튤립광풍

 가상화폐가 그렇게 위험하다고 정부와 미디어들이 난리를 치는데 매년 가치를 잃어가는 현금을 고이 모셔두는 것 만큼 위험할까?


재산을 모두 가상화폐로 옮겨태우자가 결론은 아니다.

정부가 집을 사지말라고 하면 집을 반드시 사야한다고 친구가 그랬다. 그런 시선으로 정부가 말한 안전자산이 뭘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리고 스마트 머니는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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